나비의 여행 – 아가의 방(房)1 나비의 여행 – 아가의 방(房) / 정한모 나비의 여행 – 아가의 방(房) - 정한모 아가는 밤마다 길을 떠난다 하늘하늘 밤의 어둠을 흔들면서 수면(睡眠)의 강을 건너 빛 뿌리는 기억의 들판을, 출렁이는 내일의 바다를 날으다가 깜깜한 절벽, 헤어날 수 없는 미로에 부딪치곤 까무라쳐 돌아온다 한 장 검은 표지를 열고 들어오면 아비규환(阿鼻叫喚)하는 화약(火藥) 냄새 소용돌이. 전쟁은 언제나 거기서 그냥 타고 연자색 안개의 베일 속 파란 공포의 강물은 발길을 끊어버리고 사랑은 날아가는 파랑새 해후(邂逅)는 언제나 엇갈리는 초조 그리움은 꿈에서도 잡히지 않는다 꿈에서 지금 막 돌아와 꿈의 이슬에 촉촉이 젖은 나래를 내 팔 안에서 기진맥진 접는 아가야! 오늘은 어느 사나운 골짜기에서 공포(恐怖)의 독수리를 만나 소스라쳐 돌아왔느냐. - 《사상계》(196.. 2020. 3.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