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페러디 / 오규원
꽃의 페러디* - 오규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왜곡*될 순간을 기다리는 기다림 그것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곧 나에게로 와서 내가 부른 이름대로 모습을 바꾸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곧 나에게로 와서 풀, 꽃, 시멘트, 길, 담배꽁초, 아스피린, 아달린이 아닌 금잔화, 작약, 포인세티아, 개밥 풀, 인동, 황국 등등의 보통 명사나 수 명사가 아닌 의미의 틀을 만들었다. 우리들은 모두 명명*하고 싶어 했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그리고 그는 그대로 의미의 틀이 완성되면 다시 다른 모습이 될 그 순간 그리고 기다림 그것이 되었다. - 시집 《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1981) 수록 ◎시어 풀이 *패러디(parody) : 특정 작품의 ..
2020.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