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위한 서시(序詩)1 꽃을 위한 서시(序詩) /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序詩) -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存在)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 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 (1957) ▲이해와 감상 이 시에서 ‘꽃’은 인식의 대상이자 존재의 본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심오한 철학적 문제를 구체적인 시어를 사용하여 형상화함으로써 존재의 참모습을 인식하고자 하는 욕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화자는 존재론적 입장에서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지만 끝내 알아내지.. 2020. 3.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