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1 꽃씨 / 문병란 꽃씨 - 문병란 가을날 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이여 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 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 버리면 갑자기 뜰이 넓어 가는 가을날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 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 기인 기다림의 창변에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묻는다. - 《문병란시집》 (1970)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결실의 계절 가을에 받아 든 꽃씨를 보며, 내적 성숙에의 염원과 지향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화자는 생명의 계절인 여름을 지나 결실의 계절 가을에 이룬 성숙을 ‘꽃씨’에 함축하여 표현하고. ‘.. 2020. 5.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