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용1 벌레길 / 김신용 벌레길 - 김신용 산에 올라 산나물을 따다 보니 알겠네. 저 벌레도 사람살이의 길을 가르쳐준다는 것을 명아주 수리취 화살나무 훗잎까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벌레도 먹고 있다는 것을 마치 길라잡이처럼 벌레가 먼저 먹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벌레가 먹은 잎은 벌레를 보듯 모두 버렸었다. 된장 속에서 맛있게 익은 깻잎도 벌레 자국이 있는 것은 먹지 않았다. 그러나 보라, 산그늘 수풀 속에 숨어 있는 이름 모를 잎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벌레가 먼저 깃들어 있다는 것을 무슨 징표*처럼, 잠식*과도 같은 자국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산 속 수풀을 헤치며 산나물을 따다 보니 알겠네. 그 이름 모를 풀의 잎에 새겨져 있는 벌레 먹은 자국이 이렇게 사람살이의 지도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지난날 허기에 겨운 보릿.. 2020. 4.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