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규1 달팽이의 사랑 / 김관규 달팽이의 사랑 - 김광규 장독대 앞뜰 이끼 낀 시멘트 바닥에서 달팽이 두 마리가 얼굴 비비고 있다. 요란한 천둥 번개 장대 같은 빗줄기 뚫고 여기까지 기어 오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멀리서 그리움에 몸이 달아 그들은 아마도 뛰어왔을 것이다. 들리지 않는 이름 서로 부르며 움직이지 않는 속도로 숨 가쁘게 달려와 그들은 이제 몸을 맞대고 기나긴 사랑 속삭인다. 짤막한 사랑 담아둘 집 한 칸 마련하기 위하여 십 년을 바둥거린 나에게 날 때부터 집을 가진 달팽이의 사랑은 얼마나 멀고 긴 것일까 - 시집 《좀팽이처럼》(1991)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달팽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사용하여 시련과 역경을 딛고 천천히 사랑을 완성해 가는 삶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이 시는 난해하고 난삽한 언어 대신에 평이하.. 2020. 4.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