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항지 11 기항지 1 / 황동규 기항지 1 - 황동규 걸어서 항구(港口)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寒地)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紙錢)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 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碇泊) 중의 어두운 용골(龍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 개(數三個)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 - 《사계》(1966) ◎시어 풀이 기항지(寄港地) : 배가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잠시 들르는 항구. 한지(寒地) : 추운 지방이나 장소 용골(龍骨) : 선박 바닥의 중앙을 받치는 길고 큰 재목. 이물에서 고물에 걸쳐 선체를 받치는 기능을 한다. ▲이해와 감상 .. 2020. 4.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