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튿날1 그 이튿날 / 오규원 그 이튿날 - 오규원 바람이 불고 간 그 이튿날 뜰에 나간 나는 감나무의 그림자가 한 꺼풀 벗겨진 걸 발견했다. 돌아서는 순간 뜰이 약간 기울어진 걸 발견했다. 뜰 위에는 부러진 아침 어깨뼈의 일부. 부러진 하느님 어깨뼈의 일부. 대문을 열고 출근하는 나의 발에 골목에 찢어져 뒹굴던 산의 외투가 한 자락 걸렸다. 아침을 픽픽 웃는 엊저녁 광대뼈의 표정이 보였다. - 시집 《분명한 사건》(1971)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바람이 분 다음 날의 풍경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시인의 상상력과 감수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시적 화자는 바람이 불고 간 그 이튿날의 모습을 시각화하여 바람의 파괴적 행위와 그것을 바라보는 불안한 내면 의식을 예민한 감각과 깊은 통찰력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에서 그려 낸 풍경.. 2020. 7.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