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1 귀뚜라미 / 나희덕 귀뚜라미 -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1994)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화자인 귀뚜라미는 매미 떼의 소리에 묻혀 아직은 자신의 울음이 노래가 아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울음이 누군가에게 .. 2020. 5.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