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2 떡집을 생각함 / 권혁웅 떡집을 생각함 - 권혁웅 우리 집에 없는 건 그 콩가루였네 사람들이 담장 너머로, 쑥떡 쑥떡 씹듯이 우리를 건너다보았네 우리는 얻어맞은 찹쌀처럼 차지게 손을 잡았지 개피떡에 든 소처럼 조그맣게 웅크렸지 그가 아픈 자리마다 참기름을 발라주었네 먹다 남은 막걸리와 뜨거운 물을 멥쌀에 개어 증편을 만들 때엔 우리 마음도 함께 증발했지 그래, 우리는 그렇게 그 집을 떠났지만 지금도 그 집을 생각하면 나는 백설기처럼 마음이 하얗게 되네 - 시집 《마징가 계보학》(2005) 수록 ◎시어 풀이 ·차지게 :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게. ·개피떡 : 흰떡이나 쑥떡을 얇게 밀어 팥·콩의 소를 넣고 반달같이 만든 떡. ·멥쌀 : 메벼에서 나온, 끈기가 적은 쌀. ·증편 : 막걸리를 조금 탄 뜨거운 물에 멥쌀가루를.. 2020. 4. 16. 사랑시[28] : 파문 - 권혁웅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8] 파문 - 권혁웅 * 일러스트=이상진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 2008. 10.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