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리에 와서1 (시) 구절리에 와서 / 남상학 구절리에 와서 남상학 바람도 숨을 거두고 산도 마지막 몸을 숨긴다.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 시간도 어디론가 잠적한다. 산새도 날아들지 않는 정지된 시간 낯선 손님처럼 완행열차가 목쉰 소리를 토해내며 산모퉁이를 돌아온다. 방금 기차에서 내린 두어 사람 텅 빈 플랫폼을 지나 대합실을 빠져나갈 뿐 인적 끊긴 길가엔 쓸쓸히 한 무기기, 바위구절초가 자색(紫色) 옷 차려입고 나를 반긴다. 호젓한 곳으로 유폐되어 오랜 적조와 적막에 깃들여진 오, 아리따운 넋들 얼굴에 왈칵 눈물이 솟아 흩어진 방울방울 피눈물 같은 슬픔 그리운 사람 모두 떠나고 공복(空腹)이 가득한 거리에 날아들던 산새마저 어디론가 자취 감추면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또 어이할 건가? 그윽한 여향(餘香) 잊을 수 없어 허전한 가슴에 바위구절초 한 .. 2020. 1.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