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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2

구두 / 송찬호 구두 - 송찬호 나는 새장을 하나 샀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날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 처음 그것은 발에 너무 컸다 한동안 덜그럭거리는 감옥을 끌고 다녀야 했으니 감옥은 작아져야 한다 새가 날 때 구두를 감추듯, 새장에 모자나 구름을 집어넣어 본다 그러나 그들은 언덕을 잊고 보리 이랑을 세지 않으며 날지 않는다 새장에는 조그만 먹이통과 구멍이 있다 그것이 새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새 구두를 샀다 그것은 구름 위에 올려져 있다 내 구두는 아직 물에 젖지 않은 한 척의 배, 한때는 속박이었고 또 한때는 제멋대로였던 삶의 한켠에서 나는 가끔씩 늙고 고집 센 내 발을 위로하는 것이다 오래 쓰다 버린 낡은 목욕통 같은 구두를 벗고 새의 육체 속에 발을 집.. 2020. 6. 22.
(수필) 구두 / 계용묵 구두 - 계용묵(桂鎔默) 구두 수선(修繕)을 주었더니, 뒤축에다가 어지간히도 큰 징을 한 개씩 박아 놓았다. 보기가 흉해서 빼어 버리라고 하였더니, 그런 징이래야 한동안 신게 되고, 무엇이 어쩌구 하며 수다를 피는 소리가 듣기 싫어 그대로 신기는 신었으나, 점잖지 못하게 저벅저벅, 그 징이 땅바닥에 부딪치는 금속성 소리가 심히 귓맛에 역(逆)했다. 더욱이, 시멘트 포도(鋪道)의 딴딴한 바닥에 부딪쳐 낼 때의 그 음향(音響)이란 정말 질색이었다. 또그닥 또그닥, 이건 흡사 사람이 아닌 말발굽 소리다. 어느 날 초어스름이었다. 좀 바쁜 일이 있어 창경원(昌慶苑) 곁담을 끼고 걸어 내려오노라니까, 앞에서 걸어가던 이십 내외의 어떤 한 젊은 여자가 이 이상히 또그닥거리는 구두 소리에 안심이 되지 않는 모양으로,.. 2008.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