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겨울 불꽃 나무1 광화문, 겨울, 불꽃, 나무 / 이문재 광화문, 겨울, 불꽃, 나무 - 이문재 해가 졌는데도 어두워지지 않는다 겨울 저물녘 광화문 네거리 맨몸으로 돌아가 있는 가로수들이 일제히 불을 켠다 나뭇가지에 수만 개 꼬마전구들이 들러붙어 있다 불현듯 불꽃나무! 하며 손뼉을 칠 뻔했다 어둠도 이젠 병균 같은 것일까 밤을 끄고 휘황하게* 낮을 켜 놓은 권력들 내륙 한가운데에 서 있는 해군 장군*의 동상도 잠들지 못하고 문 닫은 세종문화회관도 두 눈 뜨고 있다 엽록소*를 버리고 쉬는 겨울나무들 한밤중에 이상한 광합성*을 하고 있다 광화문은 광화문(光化門) 뿌리로 내려가 있던 겨울나무들이 저녁마다 황급히 올라오고 겨울이 교란*당하고 있는 것이다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광화문 겨울나무 불꽃 나무들 다가오는 봄이 심상치 않다. - 시집 《제국 호텔》(200.. 2020. 8.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