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종 시인1 성숙 / 고재종 성숙 - 고재종 바람의 따뜻한 혀가 사알작, 우듬지에 닿기만 해도 갱변의 미루나무 그 이파리들 짜갈짜갈 소리날 듯 온통 보석 조각으로 반짝이더니 바람의 싸늘한 손이 씽 씨잉, 싸대기를 후리자 갱변의 미루나무 그 이파리들 후둑후두둑 굵은 눈물방울로 온통 강물에 쏟아지나니 온몸이 떨리는 황홀과 온몸이 떨리는 매정함 사이 그러나 미루나무는 그 키 한두 자쯤이나 더 키우고 몸피 두세 치나 더 불린 채 이제는 바람도 무심한 어느 날 저 강 끝으로 정정한 눈빛도 주거니 애증의 이파리 모두 떨구고 이제는 제 고독의 자리에 서서 남빛 하늘로 고개 들 줄도 알거니 - 시집 《날랜 사랑》(1995년) ◎시어 풀이 우듬지 : 나무의 꼭대기 줄기 정정한 : 반짝반짝 빛나는 애증 : 사랑과 미움 ▲이해와 감상 1995년에 발표.. 2020. 4.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