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의 노래 / 서정주
견우의 노래 -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언 허이언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 칠석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 시집 《귀촉도》(1948) 수록 ◎시어 풀이 *베틀 : 삼베, 무명, 명주 따위의 피륙을 짜는 틀. *북 : 베틀에서, 날실의 틈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씨실을 푸는 기구. 배 모..
2020.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