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일기1 겨울 일기 / 문정희 겨울 일기 - 문정희 나는 이 겨울을 누워서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하게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서로 기대서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문 한 번 열지 않고 반추 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 시집 : 《어린 사랑에게》(1991)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한겨울에 사랑하는 임을 잃은 상실감으로 외부와 단절한 채 자신이 겪는 이별로 인한 슬픔과 절망감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낮고 어두운 어조로 시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의 시간을 겨울 이미지로 설정하여 절망적·체념적 어조.. 2020. 5.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