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1 거문고 / 김영랑 거문고 - 김영랑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 해가 스무 번 바뀌었는디 내 기린(麒麟)은 영영 울지를 못한다. 그 가슴을 퉁 흔들고 간 노인의 손 지금 어느 끝없는 향연(饗宴)에 높이 앉았으려니 땅 우의 외론 기린이야 하마 잊어졌을라. 바깥은 거친 들 이리 떼만 몰려다니고 사람인 양 꾸민 잔나비 떼들 쏘다니어 내 기린은 맘둘 곳 몸둘 곳 없어지다. 문 아주 굳이 닫고 벽에 기대선 채 해가 또 한 번 바뀌거늘 이 밤도 내 기린은 맘 놓고 울들 못한다. - 《조광》(1939)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김영랑의 작품 중에서 현실 인식이 비교적 강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소리를 마음껏 내면서 울지도 못한 채 벽에 기대 선 거문고를 통해, 암울한 시대 상황에서 자유를 빼앗긴 상태로 살아가는 화자의 답답함과 비애 어린.. 2020. 4.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