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降雨)1 강우(降雨) / 김춘수 강우(降雨) - 김춘수 조금 전까지는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뼘 두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고 - 시집 《거울 속의 천사》(2001) 수록 ◎시어 풀이 *넙치지지미 : 넙치를 밀가루에 묻혀서 기름에 튀긴 음식. *담괴 : 담(痰)이 살가죽 속에 뭉쳐서 생긴 멍울.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아내의.. 2020. 5.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