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동회1 가을 운동회 / 이성교 가을 운동회 - 이성교 둥둥 북소리에 만국기가 오르면 온 마을엔 인화(人花)가 핀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연신 터지는 출발 신호에 땅이 흔들린다. 차일 친 골목엔 자잘한 웃음이 퍼지고 아이들은 쏟아지는 과일에 떡타령도 잊었다. 하루 종일 빈 집엔 석류가 입을 딱 벌리고 그 옆엔 황소가 누런 하품을 토하고 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온갖 산들이 모두 다 고개를 늘이면 바람은 어느 새 골목으로 왔다가 오색(五色) 테이프를 몰고 갔다. - 《보리 팰 무렵》(1974) ◎시어 풀이 차일 : 햇볕을 가리기 위해 치는 포장. 떡 타령 : 떡을 달라고 조르는 일 ▲이해와 감상 옛날 시골 마을의 운동회는 온 마을의 잔치였다. 이 시는 마을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활기차고 흥겨운 가을 운동회의 분위기를 .. 2020. 3.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