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떡갈나무 숲1 가을 떡갈나무 숲 / 이준관 가을 떡갈나무 숲 - 이준관 떡갈나무 숲을 걷는다. 떡갈나무잎은 떨어져 너구리나 오소리의 따뜻한 털이 되었다 아니면, 쐐기집*이거나, 지난 여름 풀 아래 자지러지게 울어대던 벌레들의 알의 집이 되었다. 이 숲에 그득했던 풍뎅이들의 혼례, 그 눈부신 날개짓소리 들릴 듯한데, 텃새만 남아 산 아래 콩밭에 뿌려둔 노래를 쪼아 아름다운 목청 밑에 갈무리한다*. 나는 떡갈나무잎에서 노루 발자국을 찾아본다. 그러나 벌써 노루는 더 깊은 골짜기를 찾아, 겨울에도 얼지 않는 파릇한 산울림이 떠내려오는 골짜기를 찾아 떠나갔다. 나무 등걸*에 앉아 하늘을 본다. 하늘이 깊이 숨을 들이켜 나를 들이마신다. 나는 가볍게, 오늘 밤엔 이 떡갈나무 숲을 온통 차지해 버리는 별이 될 것 같다. 떡갈나무 숲에 남아 있는 열매 하나... 2020. 8.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