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와 함께
구두를 신으려고 하면 먼저 바닥이 보여요
바닥이 받쳐주는 구두의 아픈 몸
아무 말 없이
누구든 싣고 떠나는 무저항주의자
검은 혀로 생을 맛보는
질긴 고통의 탐식가가
바닥을 한 쪽씩 지워가는 동안
나는 쪽배에 얹혀 울면서
탐험을 계속하지요
바라볼 때보다
강은 항상 길었어요
휘청휘청 세상 모서리에 찍히며
밑창이 닳아없어질 때까지
소리없이 멍이 들면서
모든 것이
낡은 가죽으로 변해갔어요
무수한 잔 물결이 파고들어
가슴마저 푹 익은 구두가
수천 켤레 수 만 켤레
둥둥 떠 다니더니
바닥이 어느 사이 사라져 버렸어요
詩 이사라
출처 : 블로그 > 시와 숭늉이 만날 때 | 글쓴이 : 청안애어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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