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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스크랩] <詩> 구두와 함께 / 이사라

by 혜강(惠江) 2006. 1. 15.



 

 

구두와 함께 

              

구두를 신으려고 하면 먼저 바닥이 보여요

바닥이 받쳐주는 구두의 아픈 몸

아무 말 없이

누구든 싣고 떠나는 무저항주의자

검은 혀로 생을 맛보는

질긴 고통의 탐식가가

바닥을 한 쪽씩 지워가는 동안


나는 쪽배에 얹혀 울면서

탐험을 계속하지요

바라볼 때보다

강은 항상 길었어요

휘청휘청 세상 모서리에 찍히며

밑창이 닳아없어질 때까지

소리없이 멍이 들면서

모든 것이

낡은 가죽으로 변해갔어요


무수한 잔 물결이 파고들어

가슴마저 푹 익은 구두가

수천 켤레 수 만 켤레

둥둥 떠 다니더니

바닥이 어느 사이 사라져 버렸어요

 

詩 이사라


 
출처 : 블로그 > 시와 숭늉이 만날 때 | 글쓴이 : 청안애어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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