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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초혼(招魂) / 김소월

by 혜강(惠江) 2020. 2. 10.

 

 

<출처 : 네이버 블로그 '파랑새'>

 

 

초혼(招魂)

-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끗끗내 마자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시작(詩作) 배경



  비탄을 노래한 절정의 시로 소월의 대표작의 하나인 이 작품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 선 한 인간의 처절한 슬픔을 노래한 시로서 살아서도 사랑을 짓밟기 쉬운 세상에, 이 시는 죽은 뒤에 더욱 그리운 사랑을 노래했다. 또한 치유될 길이 없는 세계와의 단절을 절감하면서도 단절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소월의 숙명적 슬픔을 엿볼 수 있다. '초혼'의 외치는 소리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공허감을 환기한다. 저승으로 뻗치는 사랑의 소리, 유계(幽界)까지를 현실화한 이 시의 주제는그리움이라 하겠다. 절절한 사랑에 애타게 그리워하다가 끝내 그 마음을 다하지 못해 절규하는 안타까움이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가를 알아본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혼()이 몸을 떠나는 것이라는 믿음에 의거하여 떠난 혼을 불러들여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 내려는 간절한 소망이 의례화(儀禮化)된 것을 고복 의식(皐復儀式) 또는 초혼(招魂)이라 한다. 그 의식은 사람이 죽은 직후, 그가 생시에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지붕이나 마당에서 북쪽을 향해 죽은 이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행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초혼은 죽은 이를 소생시키려는 의지를 표현한 '부름의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사랑하던 그 사람'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이름이여'·'그 사람이여'·'부르노라'와 같은 호칭적 진술을 반복하는 부름의 형식을 통해 고복 의식을 투영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월의 시는 임을 떠나보낸 후의 상실감·비탄감을 체념적·수동적 어조로 분출해 내는 나약함을 지니고 있는 것에 반해, 이 작품은 격정적이고 능동적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임의 갑작스런 죽음을 대하는 시적 자아는 '사랑한다'는 말도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한' ()을 가슴속에 새겨 넣고 '붉은 해가 걸린 서산 마루'에 올라앉아 '슬피 우는 사슴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허탈한 모습으로 '그대의 이름을 부른다.' 임과 나는 결코 이어질 수 없는 '하늘과 땅 사이' 만큼의 절망적 거리로 멀어져 있다는 현실에 체념하지만, 곧바로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임의 이름을 부르며 임의 죽음을 부정하는 설움의 극한을 보인다. ''은 백제의 가요 '정읍사'나 박제상의 처가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望夫石)' 모티프와 관련이 있으며, 임이 죽은 사실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살아 돌아와야 한다는 비원(悲願)을 담은 한의 응결체인 것이다.

시적 자아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초혼이라는 전통 의식에 맞추어 한 인간의 극한적 슬픔을 말하고 있다. '산산히 부서진 / 허공 중에 헤어진 /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을 부르는 슬픔을 표현한 1연에 이어, 미처 고백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달픔을 말한 2, 허무하고 광막한 시적 공간을 제시하며 슬픔의 본질을 드러낸 3·4, 그리고 망부석으로 비유된 슬픔을 마지막 5연에서 말하며 임이 떠나간 저 세상으로 간절히 자신의 사랑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시간적 배경으로 제시된 '해질 무렵'은 밝음과 어둠의 경계선으로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를, ''으로 제시된 공간적 배경 또한 땅과 하늘의 경계, 곧 현실의 세계와 영원의 세계를 구분짓는 것으로, 산 자가 죽은 자의 세계로 다가갈 수 없다는 절망적 한계를 인식하게 한다.

이러한 의미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된 시적 자아의 심리적 추이 과정을 살펴보면 대략 '충격과 슬픔' '허무와 좌절' '미련과 안타까움'으로 말할 수 있다. 죽음을 바라보는 이러한 비극적 세계관을 통해 시적 자아는 자신도 그 죽음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마침내 임의 죽음을 긍정하게 되고 허무의 초극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출처> <양승준, 양승국 공저 [한국현대시 400-이해와 감상]>
 
 

작품의 의의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혼이 몸을 떠나는 것이라는 믿음에 의거하여 이미 떠난 혼을 불러 들여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려는 의식이 고복의식(皐復儀式), 바로 초혼이다. 그 의식 절차는 사람이 죽은 직후 북쪽을 향해 그 이름을 세 번 부르는 행위가 중심이 되는 '부름의 의식'이다. 이 시는 '이름이여' '그 사람이여''부르노라'등의 호칭적 진술을 반복하는 부름의 형식을 취하여 고복 의식을 시에 수용하고 있다.소월의 시에서 ''은 국가를 상실한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임은 잃어버린 조국이며, 임을 부르는 행위는 상실된 조국을 되찾으려는 염원과 이상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임을 부르는 애절한 통곡의 목소리는 일제에 대한 항거의 소리이며 '선 채로 돌이 되어도' '끝끝내 버릴 수 없는 민족애의 열정과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슬픔에 처해서도 결연하고 과격한 서정적 자아의 의지는 대부분의 소월 시에서 보여준 여리고 나약한 면과 많은 거리가 있다. 이렇게 강렬하게 표현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의 절실함은 쉽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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