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명상(冥想) / 한용운

by 혜강(惠江) 2020. 2. 10.

 

 

명상(冥想)


- 한용운

   아득한 명상의 작은 배는 가이없이 출렁거리는 달빛의 물결에 표류(漂流)되어 멀고 먼 별나라를 넘고 또 넘어서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이르렀습니다.
  이 나라에는 어린 아기의 미소(微笑)와 봄 아침과 바다 소리가 합()하여 사랑이 되었습니다.
  이 나라 사람은 옥새(玉璽)의 귀한 줄도 모르고, 황금을 밟고 다니고, 미인(美人)의 청춘(靑春)  사랑할 줄도 모릅니다.
  이 나라 사람은 웃음을 좋아하고, 푸른 하늘을 좋아합니다.
명상의 배를 이 나라의 궁전(宮殿)에 매었더니 이 나라 사람들은 나의 손을 잡고 같이 살자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님이 오시면 그의 가슴에 천국(天國)을 꾸미려고 돌아왔습니다.
  달빛의 물결은 흰 구슬을 머리에 이고 춤추는 어린 풀의 장단에 맞추어 우쭐거립니다.


*이해와 감상

  이상의 나라에 대한 동경과 조국애를 노래한 이시는 표현상으로 볼 때 숭고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웃음''푸른 하늘'을 좋아하는 '이름도 모르는  나라'를 찾아갔으나 조국을 위해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는 설화적인 내용 구성에 극적인 특징이  있다.

  시인이 명상 속에서 찾아간 나라는 어디며, '아기의 미소와 봄 아침과 바닷소리가 합하여' 된 사람이란 누구인가. 그는 곧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님이요, '이름도 모르는 나라'는 일체의 번뇌에서 해탈한 불생 불멸(不生不滅)의 경지인 부처님이 사는 곳이 아닌지. 시인은 명상 속에서 불타의 세계, 이상의 세계를 발견했으나, 그러한 세계를 조국 땅에 건설하기 위해 그 아름다움을 물리치고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로서, 한시도 떠날 수 없는 겨레붙이에 대한 사랑과 불멸의 조국애를 노래하고 있다.

  또한 대중 불교 운동의 제창자이며 {불교 유신론}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민족 정신과 함께 사는 불교를 통해 잃어버린 조국을 찾음으로써 참다운 애국 애족의 터전을 이룩하자는 뜻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문수의 국어사랑>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먼 후일 / 김소월   (0) 2020.02.10
접동새 / 김소월  (0) 2020.02.10
청자부(靑磁賦) / 박종화   (0) 2020.02.10
월광(月光)으로 짠 병실(病室) / 박영희  (0) 2020.02.10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0) 2020.02.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