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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여행기

by 혜강(惠江) 2018. 11. 9.

 

블라디보스토크 여행기

 

가깝긴 한데 ‘유럽’은 어디에…긴가민가

 

블라디보스토크=글ㆍ사진 이슬아 인턴기자

 

 

 

고풍스런 유럽 떠올리면 실망할 수도
발레 공연과 미술관, 백화점은 그래도 유럽 

 

 

 

 

독수리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금각교와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유럽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고풍스러운 건물과 세련되고 여유 넘치는 거리 등을 상상했다면 이 도시에 실망할 수도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극동의 유럽’이자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이 ‘저비용 유럽여행’을 기대하는 도시다. 그러나 직접 본 블라디보스토크는 유럽이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였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달리며 받은 첫인상부터 그랬다.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분명 달랐다.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이래도 되나’ 싶기까지 했다. 옆 차선을 달리는 차들만 봐도 유리가 깨졌거나, 전조등이 부서졌거나, 문이 덜렁거리거나, 어딘가 하나씩은 고장이 나 있었다. 그만큼 블라디보스토크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 도시였다.

 

 한국인이 블라디보스톡에 가면 꼭 찾는다는 독수리전망대도 마찬가지다. 올라가는 길에는 표지판조차 없고, 막상 도착해도 철골이 그대로 드러난 구조물이 전부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상징 금각교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바다와 그 위를 수놓는 배들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여러모로 ‘유럽과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유럽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 여행객은 대부분 시내 관광 외에 발레나 미술관 관람을 계획한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공연을 볼 수 있는 마린스키극장 분관과 러시아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연해주국립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 마린스키극장은 미끄러질 듯한 대리석으로 바닥을 꾸몄고, 연해주국립미술관은 계단마다 붉은 카펫을 깔았다. 외투를 보관하지 않으면 내부로 들어갈 수 없고, 관객은 대부분 격식 있는 차림이다. 익히 알고 있는 서양식인 셈이다.

 

 참고로 연해주국립미술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마린스키 발레단은 매일 공연하기 때문에 못 볼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단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호두까기 인형’ 등 유명 공연은 예매해야 한다. 한달 전 마린스키 극장 홈페이지(mariinsky.ru/en/)에 공연 일정이 올라온다.

 

 

 

 

마린스키 발레단 ‘잠자는 숲 속의 공주(Sleeping Beauty)’ 커튼 콜.

 

연해주국립미술관 ‘카를 브률로프(Karl Bryullov) 전’ 전시장 내부.

 

 

  바로크 건축 양식으로 유명한 굼백화점도 비슷한 느낌이다. 건축 당시에는 ‘쿤스트 알베르스 무역관(the Kunst and Albers Trading House)’으로 문을 열었지만, 1934년 복원한 이후 백화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을 둘러보고서야 ‘이제 좀 유럽 같은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디저트인 에끌레르 전문점과 정통 이탈리아 젤라또와 파스타 가게가 모두 이 건물에 모여 있다. 굼백화점은 왠지 미심쩍어 하는 여행객에게 ‘여기가 바로 당신이 생각하는 그 유럽’이라고 항변하는 듯하다.

 

 

 

 

길 건너에서 바라본 굼백화점.

 

 

 

에끌레르 전문점 ‘브스피시카(Vspishka Eclair)’에서 주문한 나폴레옹 에끌레르(왼쪽)와 딸기 에끌레르.

 

 

 예상 밖의 감동을 준 건 오히려 블라디보스토크의 자연이다. 해양공원은 바다와 항구라는 일상적이지 않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곳 주민들은 꽤 쌀쌀한 날씨에도 수영복만 입고 바다수영을 즐겼다. 일몰이 가까워오자 유치원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바닷가 근처를 걷기도 했다.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아 의사소통에 애를 먹었지만, 낙조를 바라보는 동안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트레킹 코스로 인기 있는 루스키 섬도 한 번쯤 가볼 만 한 곳이다. 과거 폐쇄된 군사지역이었다가, 2012년 루스키대교가 건설된 후 개방된 섬이라 아직 때 묻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다. 현지 주민들도 웨딩 촬영을 위해 자주 찾는다.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있으면, 깎아지른 절벽과 ‘북한섬’이라 불리는 토비지나 곶이 한 눈에 들어온다. 5만원짜리 투어상품도 있지만, 이곳은 홀로 걸어볼 것을 더 추천한다.

 

 

해양공원의 일몰 풍경.

 

 

트레킹 코스 시작점에서 본 루스키 섬.

 

 

품절된 킹크랩을 대신해 주문한 털게.

 

 

 여행에서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보다 싼 가격에 해산물을 마음껏 먹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 한국인도 적지 않다. 해양공원 근처 식당과 중국시장이 잘 알려져 있는데, 주마(Zuma) 레스토랑은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킹크랩이 동나 버리기 때문에 일찍 방문하거나 예약해야 한다. 유럽을 꿈꿨다가 실망한 여행객도 ‘역시 오길 잘했다’라고 할 만큼 만족스럽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것만으로도 블라디보스토크에 갈 이유가 충분하다.

 

 

 

 

<출처> 2018. 11. 9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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