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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남도

호국의 성지, 국립대전현충원을 가다.

by 혜강(惠江) 2018. 11. 6.

 

 

호국의 성지, 국립대전현충원을 가다.

 

숭고한 넋들을 위로하듯 가을이 전 묘역을 수놓다.

 

 

·사진 남상학

 

 

 

 

  대전에 사는 친구 문정일 교수(목원대 인문대학장 역임)의 초청으로 서울에서 세 사람이 대전 나들이에 나섰다. 푸짐한 점심식사를 대접 받고 유성구에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안내되었다.

 

  대전에서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는 동학사, 갑사를 꼽지만 국립대전현충원은 가을 단풍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도 조국수호와 국가번영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나라에 바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고이 잠들어 계시는 곳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전현충원은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엄숙한 분위기가 풍겼다. 입구의 다리는 꽃으로 장식되었고, 쭉 곧은 도로 양 옆으로 천마가 웅비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이어 태극기 휘날리는 거리가 이어졌다.

 

 

 

 

 

 

 

 

  

 

 

 

  서울현충원에 이어 두 번째로 건립된 대전현충원에는 갑하산 자락 330만㎡(약100만 평) 위에 국가원수묘역, 장군묘역, 사병묘역, 경찰묘역, 애국지사묘역, 국가사회공헌자묘역, 의사상자 및 순직공무원 묘역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특히 이곳에는 최규하 대통령 묘소가 있고, 연평해전의 전사자와 천안함 46용사가 모셔져 있다. 우리는 먼저 권가원수묘역에 잠들어 있는 최규하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현충원의 맨 윗 자락에 있었다.

 

 

 

 

 

 

 

  장군묘역과 사병 묘역은 현충문과 현충탑 좌우로 배치되어 있었다. 말없이 누운 영령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다.   

 

 “한국혼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숨결 속에 있고/ 핏줄 속에 있고 맥박 속에 있다// 우리의 노래 속에 있고/ 우리의 흙속에 있고/ 우리의 생활 속에 있다// 호국의 항쟁 속에 있고/ 문화의 유산 속에 있고/ 우리의 애국정신 속에 있다.”

 

 

 

  묘역을 거닐면서 돌비에 새긴 글귀를 음미해 본다. 기억에도 생생한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연평도 근해 북방한계선 부근 해상에서 일어났다. 1차 연평해전에서 승리한 우리해군은 위정자들이 만든 ‘교전규칙’ 규정에 발목이 잡혀 당한 황당한 사건이었다. 선제공격을 할 수 없는 우리 해군은 대책 없이 북한군의 선제공격을 당했다. 이로 인해 우리 해군 참수리 357호는 침몰하였고 정장을 포함한 승무원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하는 인명피해를 겪었다.  

 

  그 후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 천안함 선미에서 갑자기 폭발이 일어나 해군장병 40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되었다. 사고 원인은 초기에는 어뢰설, 기뢰설, 내부폭발설, 피로파괴설, 좌초설 등 다양했으나 조사가 진행되면서 북한의 뇌격으로 좁혀졌다. 수색과정에서 UDT 대원인 한 주호 해군준위가 작업 중 실신하여 순직하였다.

 

 

 

 

 

 

 

  모두 “이 땅을 사랑했기에 이 땅에 묻힌 이”들이다. “그대의 핏자국 지워졌어도/ 영원하라 그대 넋이여/ 이 땅과 더불어 영원하라” 오늘 나는 옷깃을 여미고 선열들이 잠드신 이 영전에 서서 민족의 성역이 담긴 숭고한 의미를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주요 시설물로는 참배를 드리는 현충탑과 현충문, 영결식과 호국영화 상영을 위한 현충관, 각종 호국사진과 유품을 전시한 호국관 그리고 군 전투 장비를 전시한 야외전시장이 있다. 또 증기기관차 미카3-129 전시장도 있다.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90Km로 달리던 급행열차라고 한다. 그 밖에 호국분수탑, 홍살문, 천마웅비상, 23개의 시비(詩碑)와 호국경구비 등 조형물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한반도 지도모양을 본 떠 만든 자연석 인공연못인 현충지, 정자 그리고 각 묘역 주변에 잘 가꾸어진 휴게시설 등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잘 가꾸어져 있다. 그리고 야생화 공원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충시 <플란더스 들판에서>를 만날 수 있다.

 

플란더스 들판에서

양귀비는 바람에 흔들립니다.

십자가들 사이에서 열 지어서

그곳은 우리의 위치를 표시해 줍니다.

그리고 하늘에는

종달새들이 아직도 용맹스럽게 지저귀면서 날고 있는데,

밑의 지상에서는 포성들 속에서 잘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며칠 전에 죽은 자들입니다.

우리는 살았었고, 새벽을 느꼈었고,

황혼이 불타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랑했었고 그리고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플란더스 들판에 누워 있습니다.

 

우리가 적들과 전투했던 일을 담당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던지는 횃불이 탄력을 잃은 손들로부터 당신에게

횃불은 당신이 되어 높게 들어 주십시오.

만약 당신이 죽은 우리와 신의를 깨뜨린다면

우리는 비록 양귀비가 자랄지라도 잠들지 못할 것입니다.

플란더스 들판에서

 

 

 

 

 

 

 

  이 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있던 때, 캐나다 출신의 군의관인 존 매크레이가 벨기에 북부지방 양귀비꽃이 가득히 피어있는 플란더스 들판에서 벌어진 독일과의 전투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는 것을 보고 지은 시다. 이 시는 대표적인 현충시로서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생명과 평화의 고귀한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특히 묘역을 둘러싸고 조성된 10.04㎞의 보훈둘레길은 남녀노소 걷기 편한 곳으로 묘역주변을 돌아보며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돌아볼 수 있다. 이곳에는 보훈샘터, 보훈과수랜드, 호국철도기념관 등 특색 있는 볼거리가 있어 산책의 묘미를 더한다.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러이 숨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 밤이슬 내리는 풀숲에서/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현충원의 산책로를 따라서 걷다가 마주하게 되는 무명용사의 詩 한 줄은 읽는 사람에게 옷깃을 여미게 해준다. 짧은 시간이지만 대전현충원을 산책하고 돌아 나오면서 돌비에 새긴 글을 되뇌어보았다. “조국, 또 다른 우리의 이름입니다./ 호국,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의무입니다./ 보훈, 미래를 위한 우리의 도리입니다.”

 

 

 

  ‘호국’과 ‘보훈’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당연한 의무요 도리를 다하지 못한 부끄럼이 몰려왔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기꺼이 몸을 던진 우리의 형제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자 다짐해 본다. 우리를 초대하여 대전현충원을 안내해 준 문정일 교수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앞줄 우로부터 문정일(대전거주 초청자), 남상학, 최선섭, 정만석(뒤)

 

◆주소 : 대전광역시 유성구 현충원로 251 (갑동 23-1), 전화 042-718-7114

가는 방법 : 대전역에서 반석행 지하철 탑승하여 현충원역 2번 출구로 하차하거나 대전역 동광장에서 107번 버스를 탑승하여 현충원역에서 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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