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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경의선 숲길, 서울에서 가장 긴 공원을 걷다.

by 혜강(惠江) 2018. 9. 22.

경의선 숲길

 서울에서 가장 긴 공원을 걷다.

 

박순욱 기자

 


 경의선숲길은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서 용산구 원효로까지 지하화된 철길(경의선)을 따라 지상에 조성된 공원이다. 2005년 경의선이 지하화함에 따라 오랫동안 나대지로 방치돼 있던 철도 부지를 서울시가 숲과 이야기, 이웃이 있는 ‘경의선숲길’로 변신시킨 것이 2016년이다.

 곳은 외국에서도 ‘도심 속 철길을 활용한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업’으로 소개되고 있다. 철길 지하화 후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철길을 주변 풍경과 추억을 느끼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은 뉴욕의 센트럴파크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하여 ‘연트럴파크'라는 애칭도 갖게 됐다.


 

아이는 갖고 놀던 고무 공이 실개천 쪽으로 튀자 공을 쫓아간다. 아이 엄마는 아이를 쳐다보지만 달려가지는 않는다. 실개천이 얕아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버스킹을 하는지 기타 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서울의 연트럴파크, 경의선숲길이다. /박순욱기자

 

 

 여느 공원과 다른 점은 과거 철길이 있던 길을 따라 조성됐기 때문에 서울의 번화가를 관통하며 총 구간 길이가 6.3km에 이른다는 것이다. 기다란 철길을 따라 소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버드나무, 메타세콰이어, 목련, 벚꽃나무 등 수십만 그루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마치 푸른 강줄기가 도심 한복판을 도도하게 흐르는 것 같다.

 경의선숲길공원 홍우진 주무관은 "경의선숲길이 여타 공원들과 또 다른 점은 주변 주택, 도로, 골목 등에 개방돼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공원 입구나 출구가 따로 없고 공원 안과 밖을 구분짓는 울타리도 당연히 없다. 서울시가 관리 편의상 전체 구간을 5개로 나누었을 뿐 시민들은 구간 구분 없이 어디에서든 경의선숲길로 들어왔다가 나갈 수가 있다.

 이용 시간 제약도 전혀 없고 굳이 전체 구간을 다 걷지 않더라도 30분~1시간 걷기는 무난해 ‘서울 시내 최고의 산책로’라 불릴만 하다. 그래서 아침, 저녁에는 인근 주민들의 이용이 많지만 평일 점심 시간에는 근처 직장인들의 ‘식사 후 산책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인기구간은 홍대입구역~가좌역 ‘연남동 구간’

 

 

  

서울 홍대입구역 3번 출구부터 홍제천이 있는 가좌역까지 1.3km 숲길인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은 경의선숲길 전체 구간에서 가장 붐비는 구간이다. 강북 최고의 상권인 홍대 상권을 끼고 있어 숲길 양옆 뿐 아니라 주변 골목골목마다 카페, 식당들이 즐비해 사시사철 데이트족, 젊은층들로 붐빈다. 자연의 생기와 도시의 활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서울 최고의 숲길이다.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에서 사람들로 가장 붐비는 구간은 홍대입구역 3번출구에서 연남파출소까지 구간이다. 햇살 받은 청춘이 이쁘다. /박순욱기자

 

 산책을 나온 주민, 조깅이나 일광욕을 즐기는 외국인들, 잔디밭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젊은이들, 강아지랑 공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까지 세대도 국적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놀고, 운동하고 소통한다. 이런 연남동 구간의 분위기가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비슷하다고 해서 연남동과 센트럴파크를 합쳐 ‘연트럴파크'라 부르기도 한다.

 이중에서도 가장 붐비는 곳이 홍대역 3번출구에서부터 연남파출소까지의 200여m 구간이다. 전철 출구에서 숲길이 곧바로 연결돼 접근성이 좋고 잔디밭이 넓어 앉거나 누워서 얘기를 나누기도 좋다.

 연남동 구간은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하다. 숲길 양 옆으로 작은 카페들과 레스토랑, 술집들이 늘어서 있고, 숲길 조성 이전부터 맛집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식당들이 주변 골목마다 빼곡하다.

 

 경의선숲길을 조성하면서 서울시는 수십만 그루의 나무를 옮겨 심었다. 처음부터 거의 다 자란 나무를 심어 연남동 구간의 은행나무는 이식한 지 2년밖에 안됐는데도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박순욱 기자

 

 주변에 가볼만한 곳으로는 동진시장, 연남동 벚꽃골목(벚꽃 피는 봄철에 꼭 가볼곳), 기사식당 거리와 화교식당 거리 등을 꼽을 수 있다.

 ◇건널목 풍경 재연한 ‘와우교 구간’

 

    

   경의선숲길 6.3km 중에서 홍대역 6번출구에서 서강대역까지 약 370m 숲길을 와우교 구간으로 이름 지었다. 이곳은 곳곳에 철로를 남겼고, ‘땡땡거리'라 불리던 철도 건널목을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그래서 5개 구간 중에서 과거 경의선에 대한 향수를 가장 많이 불러일으킨다. 


 경의선숲길 와우교 구간의 ‘땡땡거리’. 철도 건널목 풍경을 이전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참새방앗간 이름도 정겹다. 

 

 와우교 구간의 70% 정도는 경의선 책거리로 조성했다. 전체 와우교 구간(370m) 중 홍대역 6번 출구 앞에서 홍대 와우교까지의 250m 숲길이 책거리다. 출판사들이 위탁 운영하는 책방 6동이 마치 열차칸이 이어지듯 놓여 있다. 책 전시, 판매는 물론 저자 사인회도 자주 열린다. 산책 도중 잠시 책방에 들러 땀도 식히고 머리도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경의선숲길 와우교 구간에는 마포구가 책거리를 조성했다. 숲길을 걷다가 책거리를 만나는 것은 와우교 구간에서만 누릴 수 있는 덤이다. /박순욱기자

 

 

 철도 건널목을 재현해놓은 땡땡거리 주변에는 허름한 선술집들, 오래된 방앗간, 낮은 지붕의 빨간색 집들이 기찻길을 따라 쪼르르 늘어서 있어 ‘기찻길 옆 마을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땡땡거리 한쪽의 기타 치는 청년과 책을 읽고 있는 여자 조각상은 한때 이곳이 홍대 문화예술의 중심지이었음을 나타낸다.

 주변 가볼만한 곳으로는 근-현대자인박물관이 있고, 산울림소극장, 쁠랄라수집관, 김대중도서관, 평화공원도 주변에 있다. 최근 홍대입구역 근처 애경그룹 신사옥이 완공돼 연남동 구간에서 와우교 구간으로 건너 오기가 한결 쉬워졌다.

 

◇호젓해서 좋은 ‘신수동 구간’

 

 

 서강대역에서 대흥역까지 마포구 신수동 일대를 가로지르는 약 420여m의 숲길을 신수동 구간이라고 한다. 신수동 구간은 늘 사람들로 붐비는 연남동, 와우교 구간에 비해 호젓하다. 다니는 사람들도 적어 한가롭다는 느낌이다.

 숲길 중간쯤에 조성된 철길 위에서는 소년과 소녀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좁다란 철로 레일 위를 떨어지지 않고 오래 걷기하는 소녀, 기차가 오는지 철로에 귀 기울여보는 개구장이 소년은 어릴 적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경의선숲길 산책에서 철길을 만나는 순간은 누구든 유년 시절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타는 시간이다. /박순욱기자

 

 

 주변 함께 가볼만한 곳으로는 문화공간 숨도, 마포아트센터 등이 있다. 마포를 대표하는 음식인 주물럭과 숯불갈비로 유명한 마포음식문화거리도 산책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엔 안성마춤.

 다만 아쉬운 것은 경의선숲길 와우교 구간과 신수동 구간이 상당히 단절돼 있다는 점이다. 와우교 구간에서 신수동 구간으로 이동할 경우 서강대역을 지나 400여m나 걸어가야 신수동 구간이 시작된다.

 경의선숲길 총 연장 길이는 6.3km다. 그러나 실제로 숲길이 조성돼 있는 구간 길이는 3.8km에 불과하다. 중간에 전철역, 도로, 건물 등으로 숲길이 끊어져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길 있는 ‘대흥동-염리동 구간’

 

 

 

 대흥동 구간은 봄이 가장 아름답다. 입구부터 약 500m의 길에 수백그루의 왕벚나무와 산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봄이면 그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그래서 요즘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숲길 옆 벤치도 주로 동네 주민들 차지다.

 

 

▲경의선숲길 대흥동 구간은 외지인보다는 동네 주민들이 주로 다니는 호젓한 길이다. /박순욱기자

 

  대흥동 구간은 경의선숲길 중 가장 먼저 개통된 구간이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개발된 곳이다. 경의선숲길 나머지 구간은 모두 박원순 시장 때 조성됐다. 그래서 그런지 대흥동 구간은 다른 구간과 외관부터가 다르다. 다소 투박하다. 자전거 통행이 가능한 것도 다른 구간과 차이점. 당시 중앙정부가 자전거길 보급에 적극 나선 영향일 것이다.

 

 염리동 구간은 경의선숲길 중에서 가장 짧은 구간이지만 과거 철길을 재현한 공간, 작은 연못, 탁 트인 잔디밭, 곳곳에 조성해놓은 정원들로 알찬 느낌을 준다. 특히 메타세콰이어길과 느티나무 터널은 빌딩 숲이 빼곡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진짜 숲길을 걷는 쾌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주변에 큰 빌딩들이 많아 직장인들에게도 산책 명소로 등극했다.

 염리동 구간 끄트머리에는 매주 주말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든 제품과 먹거리를 팔고 사는 대안시장 ‘늘장'이 있다. 잘 갖추어진 숲길과는 다소 이질적인듯 하지만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반기는 이들도 많다. 벼룩시장, 공연, 전시, 영화상영 등도 열린다.

 염리동은 이름에서도 짐작이 가듯 소금과 오랜 인연이 있다. 조선시대 수상교통의 요지로 통했던 마포나루 골목에는 소금 장수들과 물자를 운반하던 사람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 있었는데, 지금의 염리동이다. 지금도 그 흔적을 살려 ‘소금길'을 조성했다. 대흥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숭문고등학교 정문까지 가면 소금길의 출발지인 소금나루(노란색 건물)이 나온다. 소금길에는 출발점부터 종착점까지 69개의 가로등이 배치돼 있고, 바닥에는 노란 점선이 길을 안내한다.

주말에 대흥동-염리동 구간을 알차게 즐기려면 염리동 소금길을 먼저 구경한 후, 대흥동에서 염리동 방향으로 숲길을 걸어서 늘장에 도착하는 코스가 좋다.

 

◇언덕길에서 보는 풍경 ‘새창고개-원효로 구간’
 

 

  경의선숲길 새창고개-원효로 구간은 마포구 도화동에서 출발해, 용산구 효창동을 거쳐 원효로까지 이어지는 약 990m의 숲길을 말한다. 경의선숲길에서 유일하게 경사길이 있지만 힘든 정도는 아니다. 전철역 기준으로 보면 공덕역 공항철도 10번 출구에서 출발해 효창공원역 6호선 3번 출구를 지나 용산문화체육센터까지 구간을 말한다.  

 

   경의선숲길 중 유일하게 경사길이 있는 새창고개-원효로 구간. 백범교에서 내려다본 새창고개 구간. /박순욱기자

 

  이 구간은 최근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들이 많은 점을 고려해 다른 구간에 비해 훨씬 폭이 넓은 산책로와 널찍한 진디밭을 조성했다. 숲길과 아파트 단지가 바로 연결되는 출입구를 곳곳에 만들어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새창고개쪽에서 출발해서 경사길을 오르다보면 숲길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하나 나타나는데 이 다리 이름이 백범교다. 좀 번거롭더라도 백범교에 올라가보면 새창고개-원효로 구간 숲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장관이 펼쳐진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다.

 경의선숲길이 끝나는(반대 방향에서 걷는다면 시작하는) 원효로 구간 끝에는 폐화물열차 1량이 철로 위에 서 있다. ‘숲길 사랑방'이라 이름 붙인 이곳은 월별로 ‘뚝딱뚝딱 목공교실', ‘경의선숲길 원예교실' 등의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참가 신청은 서울시공공예약서비스(yeyak.seoul.go.kr)를 통해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다.

 

 경의선숲길 한쪽 끝인 원효로 구간에 있는 폐화물열차가 이곳이 철길임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박순욱기자

 

 990m의 새창고개-원효로 구간은 널찍한 산책로와 함께 자전거도로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질주의 쾌감을 느끼기에 좋은 구간이다. 자전거는 용산문화체육센터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서울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서 빌리 면 된다.

 인근의 공덕역 5호선 5번 출구 100m 지나면 각종 전과 족발로 유명한 공덕시장이 있다.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명소다.

 경의선숲길 원효로 구간까지 왔다면 백범 김구를 비롯한 이봉창, 윤봉길 등의 독립운동가 묘들이 모여 있는 효창공원도 둘러볼만 하다. 효창공원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직진, 10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출처> 2018. 9. 22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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