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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멸치 요리, 봄햇살 받은 은빛 멸치 고소한 '봄맛'을 품다

by 혜강(惠江) 2018. 4. 7.



봄 멸치 요리


봄햇살 받은 은빛 멸치, 고소한 '봄맛'을 품다


19~22일 '기장 멸치 축제'… 대변항으로 오세요



부산 = 권경훈 기자



소설 '갯마을' 이후 유명세
길이 10~15㎝ 굵은 '대멸', 산란전 4~5월에 맛 좋아
대변항 일대에 테마광장… 작년 축제때 42만명 찾아


지난 2일 오후 부산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대변항(大邊港). 포구 쪽으로 고깃배들이 '통, 통, 통'거리며 들어왔다. 곳곳에서 "메루치(멸치) 들어오네예~" 하는 고함 소리가 쏟아졌다. 배가 선착장에 닿자 그물이 내려졌다. 선착장에 일렬로 선 선원 예닐곱은 그물을 잡고 "헤이야 차 에이야…" 구성진 소리에 맞춰 일제히 멸치 털기를 시작했다.


▲ 3일 오후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어민들이 막 잡아온 멸치를 그물에서 털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해마다 산란기를 앞둔 봄철에 잡히는 기장멸치는 몸 길이 10∼15㎝ 정도로 크고 맛이 좋다. 오는 19∼22일 대변항 일대에서는‘기장멸치축제 2018’이 열린다. /김동환 기자



물코에 걸렸던 멸치들이 공중으로 '트리플 악셀'하듯 빙그르르 돌며 튀어 올랐다. 봄 햇살을 받는 멸치가 은빛으로 반짝이며 사방으로 떨어졌다. 토박이로 멸치를 40년가량 팔아온 이귀순(66)씨는 "하루가 다르게 잡히는 멸치 크기가 커지네예, 올해도 멸치가 많이 잡히면 좋겠심더"라고 했다.


◇ 기장 봄멸치

부산 기장에 봄과 함께 멸치가 돌아왔다. 기장 대변항에서 잡히는 멸치는 몸길이 10~15㎝ 안팎의 크고 굵은 대멸(大蔑)이다. 전국 어획량의 60%가량을 차지한다. 벚꽃 피는 4월이면 대변 연안으로 멸치가 몰려든다. 대변항에서 위판되는 생멸치의 연간 생산량은 2000~3000t가량이다.

대변리는 조선 시대 공물(公物) 창고인 대동고(大同庫) 근처 항구라는 뜻인 '대동고변포'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변(大邊)의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해변이 크다'란 뜻이다. 하지만 대변이 배설물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지난해 이 지역 대변초등학교는 교명을 용암초등학교로 바꿨다.

기장이 멸치로 유명하게 된 시기는 정확하지 않다. 1910년 발행된 '한국수산지'에 1892년 일본에서 이주해 온 어민들이 기장에서 멸치 등을 잡았다고 한다. 1942년 '조선어업조합요람'에도 기장에서 멸치와 정어리 등이 주로 잡힌 것으로 소개돼 있다. 적어도 100년가량 전부터 기장 일대에서 멸치 조업이 활발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오영수가 1953년 발표한 소설 '갯마을'이 인기를 끌고 이후 관련 영화와 드라마 등이 만들어지면서 기장 멸치가 전국적 유명세를 얻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장군을 배경으로 한 '갯마을'은 멸치 터는 일을 도와주고 연명하는 남편 잃은 젊은 아낙의 애환을 다룬 내용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이와 관련한 '기장 갯마을 축제'가 열린다.

기장 대변의 생멸치는 수심 깊은 동해에서 자란다. 멸치볶음과 멸치조림으로 쓰이는 소멸, 중멸 등과 달리 크기 덕에 회나 찌개 등 여러 조리법으로 맛볼 수 있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물살 센 곳에서 참치처럼 헤엄치면서 자라 살이 단단하고 맛이 더욱 고소하다. 산란 전인 4~5월 무렵이 가장 맛있다. 유준택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산란을 앞둔 시기에 수온, 먹이, 해류 등 여러 요인으로 기장 앞바다에 멸치군이 형성돼 많이 잡힌다"고 말했다.


◇멸치, '멀티 콘텐츠'로 진화


전통의 '기장 멸치'는 요즘 관광, 특산품, 지역 브랜드 등 다양한 문화·산업 콘텐츠로 진화 중이다. 기장군은 '기장 수산물 체험홍보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장군 측은 "센터 건립을 위해 현재 실시 설계 중이며, 올해 안에 착공해 멸치를 비롯한 기장의 명물인 미역, 다시마 등을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멸치를 기장군의 군어(郡魚)로 지정했고, '부산기장멸치'라는 일종의 특허 명칭인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특허청에 최종 등록하기도 했다. 대변항 일원에는 조명이 들어오는 대형 멸치 조형물 등으로 구성된 부지 3880㎡ 규모의 '멸치테마광장'을 만들어 색다른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오는 19~22일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는 '제22회 기장 멸치 축제'가 열린다. 올해부터는 예년에 비해 하루 더 축제 기간을 늘렸다. 개최 첫해인 1997년 1만여 명에 불과했던 방문객은 공식 집계를 시작한2016년 20만명, 2017년 42만명으로 40배 이상 증가했다.

송승엽 기장군 해양수산 담당은 "한번 맛보면 다시 찾게 되는 멸치의 맛과 축제·해동용궁사·죽성성당 등 주변 관광 콘텐츠가 늘어난 덕을 봤다"며 "최근 동해남부선·외곽순환도로가 개통돼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멸치축제 방문객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멸치축제 기간은 살이 가득 오른 기장 멸치의 맛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형 멸치회밥 비비기, 멸치회 무료 시식회, 멸치 털이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당일 잡은 싱싱한 생멸치와 미역, 다시마 등 기장 지역 대표 특산품을 현장에서 게임 등을 통해 무료로 나눠주는 프로그램 등이 마련된다. 어업지도선을 타고 대변항 해상을 둘러보는 승선 운항 체험, 싱싱한 붕장어와 활어 잡기 이벤트도 재밌다. 대변항 해상에서 화려한 불꽃쇼도 펼쳐진다.

유평규 기장멸치축제추진위 재무국장은 "축제 기간을 포함해 언제든 기장에 와서 기장멸치를 드시면 잊지 못할 맛과 즐거운 추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며 "퍼∼뜩(빨리) 오이소"라고 말했다.


멸치회


▲ 멸치찌개


▲ 멸치조림


멸치구이


멸치야채무침



[출처] 2018. 4. 6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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