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폐광여행]
광부 샤워실에서 작품 감상하고, 석탄운반 옛길따라 눈꽃 트레킹
정선 강정미 기자
사북탄광문화관광촌… 70~80년대 전성기 누린 동양 최대의 民營탄광
삼탄아트마인… 삼척탄좌 사무실 건물 4층규모 아트센터 변신
레일바이크 7.2㎞… 구절리역~아우라지역 철길 달리며 풍경 감상
▲ 한때는 뜨거웠고 치열했던 과거의 시간을 간직한 채 폐광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검은 탄가루 뒤덮인 옛 모습 그대로 또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옛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강원도 정선. ‘사북탄광문화관광촌’/임영근 기자
탄광의 시간은 멈췄지만 폐광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때는 뜨거웠고 치열했던 삶의 현장. 검은 탄가루 뒤덮인 강원도 정선의 폐광은 과거의 모습 그대로 또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폐광에서 과거를 마주하며 현재를 이야기한다. 과거를 추억하며 미래를 꿈꾼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로 분주한 알파인 경기장을 지나 북적이는 스키장과 카지노를 지나 정선의 진짜 모습을 눈에 담기로 했다. 한겨울 강원도의 칼바람도 잊을 만큼 어느새 가슴 뜨거워지는 풍경들이 눈과 가슴을 채우기 시작했다.
▲ 왼쪽부터 석탄을 나르던 옛길에서 눈꽃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는 ‘운탄고도’, 폐광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삼탄아트마인’. /강원랜드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폐광
탄광은 처음이었다. 정선을 여러 번 다녀가면서도 스쳐 지나기만 했던 폐광이 문득 궁금해진 건 강추위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겨울 추위를 달래주던 뜨거운 연탄이 떠올랐다. 강원도 정선 사북읍으로 향했다. 사북엔 아직도 번성했던 탄광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중심에 사북탄광문화관광촌(033-592-4333)이 있다. 1962년부터 2004년까지 운영된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자리다. 한때 동양 최대의 민영 탄광으로 불리며 1970~80년대 전성기를 누린 곳이다. 아쉽지만 옛 명성의 자취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흰 눈 수북이 쌓인 앞마당엔 적막감마저 흘렀다.
폐광을 찾아온 방문자를 반겨주는 건 높이 48m 거대한 수직갱과 건물 외벽을 장식한 환하게 웃는 광부의 얼굴, '나는 산업전사 광부였다'라는 투박한 글씨다.
진짜 탄광의 흔적을 만나기 위해선 '석탄유물보존관'으로 가야 한다. 동원탄좌의 행정동 건물이다. 삐그덕 소리가 나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이곳의 시간은 탄광이 문을 닫은 2004년 10월 31일에 멈춰있다. 광부들이 실제 사용했던 물건과 기록, 공간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몸에 묻은 검은 탄가루를 씻어내던 공동 샤워실, 개인 사물함과 장화를 씻던 세화장, 갱도 입구까지 박제된 시간과 공간이 너무도 생생하다. 고단하고 치열했을 광부의 삶을 상상하는 동안 불쑥불쑥 가슴이 뜨거워졌다. 동절기(12~4월)에는 석탄유물보존관만 운영한다. 월~금요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무료 관람.
탄광은 처음이었다. 정선을 여러 번 다녀가면서도 스쳐 지나기만 했던 폐광이 문득 궁금해진 건 강추위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겨울 추위를 달래주던 뜨거운 연탄이 떠올랐다. 강원도 정선 사북읍으로 향했다. 사북엔 아직도 번성했던 탄광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중심에 사북탄광문화관광촌(033-592-4333)이 있다. 1962년부터 2004년까지 운영된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자리다. 한때 동양 최대의 민영 탄광으로 불리며 1970~80년대 전성기를 누린 곳이다. 아쉽지만 옛 명성의 자취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흰 눈 수북이 쌓인 앞마당엔 적막감마저 흘렀다.
폐광을 찾아온 방문자를 반겨주는 건 높이 48m 거대한 수직갱과 건물 외벽을 장식한 환하게 웃는 광부의 얼굴, '나는 산업전사 광부였다'라는 투박한 글씨다.
진짜 탄광의 흔적을 만나기 위해선 '석탄유물보존관'으로 가야 한다. 동원탄좌의 행정동 건물이다. 삐그덕 소리가 나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이곳의 시간은 탄광이 문을 닫은 2004년 10월 31일에 멈춰있다. 광부들이 실제 사용했던 물건과 기록, 공간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몸에 묻은 검은 탄가루를 씻어내던 공동 샤워실, 개인 사물함과 장화를 씻던 세화장, 갱도 입구까지 박제된 시간과 공간이 너무도 생생하다. 고단하고 치열했을 광부의 삶을 상상하는 동안 불쑥불쑥 가슴이 뜨거워졌다. 동절기(12~4월)에는 석탄유물보존관만 운영한다. 월~금요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무료 관람.
▲ ①한반도를 닮은 밤섬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아찔한 높이의 병방치스카이워크. ②광부들의 샤워실이 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촬영하기도 한 삼탄아트마인의 전시장. ③사북탄광문화관광촌의 ‘석탄유물보존관’. 몸에 묻은 검은 탄가루를 씻어내던 광부들의 샤워실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④석탄을 실어나르던 정선선 철길 위엔 ‘레일바이크’가 시원하게 달린다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폐광
1964년 운영을 시작해 번성했던 정선 고한읍 함백산 자락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는 2011년 10월 문을 닫았다. 버려진 폐광에 숨을 불어넣은 건 예술 작품이었다. 2013년 5월 삼척탄좌를 뜻하는 '삼탄'에 예술(art)을 캐내는 탄광(coal mine)이라는 의미를 담은 삼탄아트마인(033-591-3001)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예술 작품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폐광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4층 규모의 삼탄아트센터 건물 역시 옛 삼척탄좌의 종합사무동 건물이다. 3층 삼탄자료실과 박물관을 눈여겨보자. 급여 명세서, 작업 일지 등 희귀한 기록을 접할 수 있다. 장화를 세척하는 세화장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하고 샤워실 등의 공간을 전시실로 활용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현대미술 전시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의 예술품과 기획 전시도 감상할 수 있다. 레일바이뮤지엄으로 변신한 조차장(操車場)도 눈길을 끈다. 조차장에선 수직갱과 탄차, 컨베이어, 레일, 광차 등 탄광의 시설들을 볼 수 있다. 옛 시설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예술 작품을 전시해 공간에 숨을 불어넣었다.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등장했던 공간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추억을 선사하는 '광부도시락'(1만원)도 별미. 월요일 휴관,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 입장료 성인 1만3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소인 1만1000원.
1964년 운영을 시작해 번성했던 정선 고한읍 함백산 자락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는 2011년 10월 문을 닫았다. 버려진 폐광에 숨을 불어넣은 건 예술 작품이었다. 2013년 5월 삼척탄좌를 뜻하는 '삼탄'에 예술(art)을 캐내는 탄광(coal mine)이라는 의미를 담은 삼탄아트마인(033-591-3001)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예술 작품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폐광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4층 규모의 삼탄아트센터 건물 역시 옛 삼척탄좌의 종합사무동 건물이다. 3층 삼탄자료실과 박물관을 눈여겨보자. 급여 명세서, 작업 일지 등 희귀한 기록을 접할 수 있다. 장화를 세척하는 세화장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하고 샤워실 등의 공간을 전시실로 활용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현대미술 전시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의 예술품과 기획 전시도 감상할 수 있다. 레일바이뮤지엄으로 변신한 조차장(操車場)도 눈길을 끈다. 조차장에선 수직갱과 탄차, 컨베이어, 레일, 광차 등 탄광의 시설들을 볼 수 있다. 옛 시설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예술 작품을 전시해 공간에 숨을 불어넣었다.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등장했던 공간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추억을 선사하는 '광부도시락'(1만원)도 별미. 월요일 휴관,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 입장료 성인 1만3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소인 1만1000원.
▲ 다음 달 7일에서 25일까지 열리는 ‘정선고드름축제’ 현장. /정선아리랑문화재단
석탄을 나르던 옛길 따라 산책
해발 1100m, 정선엔 하늘 아래 첫 길이 있다. 이름하야 '운탄고도(運炭古道)'.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40㎞에 달하는 이 길은 이름대로 석탄을 운반하던 옛길이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운영됐지만 이후 폐광이 늘면서 잊힌 길이 됐다. 2000년대 하이원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운탄고도는 다시 조명받았다. 길의 한자 이름을 바꿔 '구름이 양탄자처럼 깔린 높은 길'이라는 뜻의 '운탄고도(雲坦高道)'란 새 이름을 달고 '하늘길' 코스(www.high1.com 참조)로 바뀌었다. 겨울이면 눈꽃이 아름답게 피어나 눈꽃 트레킹을 즐기려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
석탄을 실어나르던 옛 정선선 철길엔 레일바이크(033-563-8787)가 달린다.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7.2㎞를 달리며 정선의 아름다운 자연과 마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추위가 무색하게 레일바이크가 출발하는 구절리역은 사람들로 붐빈다. 흰 눈이 내려앉은 겨울의 낭만을 즐기다 보면 추위도 금세 잊는다. 내리막길이 대부분이라 힘들이지 않고 완주할 수 있다. 아우라지역에서 구절리역까진 풍경 열차를 타고 돌아올 수 있다. 동절기 하루 4회(오전 8시 40분·10시 30분, 오후 1시·2시 50분) 운행하며 2인승(2만5000원)과 4인승(3만5000원)이 있다.
해발 1100m, 정선엔 하늘 아래 첫 길이 있다. 이름하야 '운탄고도(運炭古道)'.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40㎞에 달하는 이 길은 이름대로 석탄을 운반하던 옛길이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운영됐지만 이후 폐광이 늘면서 잊힌 길이 됐다. 2000년대 하이원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운탄고도는 다시 조명받았다. 길의 한자 이름을 바꿔 '구름이 양탄자처럼 깔린 높은 길'이라는 뜻의 '운탄고도(雲坦高道)'란 새 이름을 달고 '하늘길' 코스(www.high1.com 참조)로 바뀌었다. 겨울이면 눈꽃이 아름답게 피어나 눈꽃 트레킹을 즐기려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
석탄을 실어나르던 옛 정선선 철길엔 레일바이크(033-563-8787)가 달린다.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7.2㎞를 달리며 정선의 아름다운 자연과 마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추위가 무색하게 레일바이크가 출발하는 구절리역은 사람들로 붐빈다. 흰 눈이 내려앉은 겨울의 낭만을 즐기다 보면 추위도 금세 잊는다. 내리막길이 대부분이라 힘들이지 않고 완주할 수 있다. 아우라지역에서 구절리역까진 풍경 열차를 타고 돌아올 수 있다. 동절기 하루 4회(오전 8시 40분·10시 30분, 오후 1시·2시 50분) 운행하며 2인승(2만5000원)과 4인승(3만5000원)이 있다.
▲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서 광부들이 사용하던 안전모.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아찔한 스카이워크 걸어볼까
폐광을 둘러본 뒤엔 정선에서 놓치면 아쉬울 아찔한 전망을 즐겨보자. 병방치스카이워크(033-563-4100)는 해발 583m 절벽 끝에 길이 11m 'U'자형 구조물로 돼 있다. 투명한 강화 유리 바닥 위에 서면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스카이워크에선 밤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밤섬은 한반도의 지형을 닮았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어린이 1000원.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다음 달 7일부터 25일까지 정선읍 조양강변과 아리랑 시장 일원에선 정선고드름축제(033-560-3016)가 개최된다.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을 배경으로 설피, 전통 스키, 눈썰매 등을 즐길 수 있다.
폐광을 둘러본 뒤엔 정선에서 놓치면 아쉬울 아찔한 전망을 즐겨보자. 병방치스카이워크(033-563-4100)는 해발 583m 절벽 끝에 길이 11m 'U'자형 구조물로 돼 있다. 투명한 강화 유리 바닥 위에 서면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스카이워크에선 밤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밤섬은 한반도의 지형을 닮았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어린이 1000원.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다음 달 7일부터 25일까지 정선읍 조양강변과 아리랑 시장 일원에선 정선고드름축제(033-560-3016)가 개최된다.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을 배경으로 설피, 전통 스키, 눈썰매 등을 즐길 수 있다.
[출처] 2018. 1. 18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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