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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맛집 정보/- 맛집

전국의 국밥, 그 동네 옛 스토리가 뜨끈하게 담긴 한끼

by 혜강(惠江) 2018. 1. 15.


[전국의 국밥]


그 동네 옛 스토리가 뜨끈하게 담긴 한끼



권경훈, 조홍복, 정치섭, 신정훈 기자




3첩 반상·소고기 엄두도 못 내던 시절, 창녕선 소가죽에 붙은 수구레로 국밥
함안 소고기 국밥 명성은 시장서 시작… 후다닥 식사하는 상인들 허기 채워줘
6·25 때 피난민들이 만든 돼지국밥, 부산하면 떠오르는 대표 음식으로



'순대국밥집에 30촉 백열전구가 켜지고/ 이웃들의 터진 손등과 주름진 이마가 따뜻하게 살아난다/희망으로 꿈틀거리는 청동빛 근육들이 살아난다/ 어느새 후배는 열심히 순대국밥을 먹는다/ 좌절된 꿈을 다시 우걱우걱 씹는다/ 그래 믿어야지 믿고 살아야지/ 고난의 날이 가면 새날이 찾아오리니'


 시인 정일근은 '순대국밥을 먹으며'라는 시에서 붉은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먹는 국밥의 희망을 읊었다.



전남 순천시 동외동 웃장국밥거리에서 상인들이 육수를 끓이고 있다. 솥에서 나온 하얀 김이 겨울 공기를 훈훈하게 데운다. /김영근 기자


 국밥은 3첩 반상도 언감생심인 서민들의 허한 속을 데워주던 음식이다. 지역별로 쉽게 구할 수 있던 재료를 넣어 끓여냈다. 음식 문화가 발달하면서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자 상품으로 알려졌다. 전국 국밥 10선을 2편으로 나눠 소개한다.



◇ 순천은 웃장국밥, 괴산에선 올갱이국밥

 "워메." "우와." 전남 순천시 동외동 웃장에선 국밥이 상에 오르면 감탄사가 터진다. 푸짐한 수육 한 접시가 딸려 나오기 때문이다. 웃장국밥은 돼지창자 없이 삶은 돼지의 머릿고기만 넣어 끓인다. 류영권 순천시 시장관리팀장은 "깔끔한 뒷맛이 일품인 웃장국밥을 비우고 나면 온몸 구석구석 말초신경이 살아나고 혈액 순환이 왕성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전남 순천 웃장국밥


 순천 웃장은 1928년 지금의 동외동 일대에서 형성됐다. 1960년대부터 시장에 들어선 국밥 음식점은 현재 20곳이다. 순천시는 매년 9월 8일 웃장국밥 축제를 연다. 류 팀장은 "9(구), 8(팔)이 국, 밥과 발음이 비슷해 9월 8일을 '국밥데이'로 정했다"고 말했다.



▲  충북 괴산 올갱이국밥        


 충북 괴산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에는 올갱이국밥 식당 10여 곳이 모인 '올갱이국 거리'가 있다. 청정 1급수에서 서식한다는 올갱이(다슬기의 충청도 방언)가 괴산에서 많이 잡히면서 올갱이국밥집도 하나둘 들어섰다.


 괴산 올갱이국밥은 올갱이 살을 달걀 푼 밀가루에 버무리고서 끓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올갱이살이 더 탱글탱글해지고 비린 맛이 누그러든다. 여기에 아욱과 부추를 듬뿍 넣어 고소함을 더한다. 2대째 올갱이국밥집을 운영 중인 김동열(54)씨는 "먹을 것 없을 때 구할 수 있던 올갱이를 괴산 사람들이 많이 해먹다 국밥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 소가죽에 붙은 수구레로 국밥 끓여

부산의 돼지국밥집은 분식집보다 더 많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로 많다. 종류도 설렁탕, 곰탕처럼 뽀얀 국물에서부터 짬뽕처럼 매운 돼지국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동구 범일동, 부산진구 서면, 부산역 주변 등 도심뿐 아니라 대학가, 큰 전통시장통에도 돼지국밥 골목이 형성돼 있다.


 지난 9일 오후 7시 부산 부산진구 서면시장 '돼지국밥 거리' 곳곳에서는 대형 육수 솥에서 나오는 하얀 김이 안개처럼 퍼져 올랐다. 식당 안은 식사를 하거나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부산 돼지국밥은 6·25전쟁 때 몰려든 피란민들이 돼지 머리와 내장을 섞거나 돼지뼈와 함께 육수를 내며 만들어졌다.



▲  부산 돼지국밥


 차철욱 부산대 역사학과 교수는 "요즘 돼지국밥은 프랜차이즈화되며 여성과 젊은이로 고객층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아지메(아줌마), 여기 밥 한 공기 더 주이소(주세요)~" 지난 9일 오후 1시 경남 함안군 함안면 북촌리 소고기국밥골목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추가 주문을 넣었다. 굵직하게 썰어넣은 대파, 두툼한 소고기 사태, 커다란 선지 한 점, 얼큰함을 더하는 콩나물이 그릇에 담긴다. 함안 소고기국밥의 명성은 읍내시장에서부터 시작됐다. 1960년대부터 상인들과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요즘에는 695명 북촌리 인구보다 많은 사람이 오로지 국밥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경남 함안 소고기국밥


 경남 창녕 수구레국밥은 소고기국밥의 친척이다. 수구레란 소의 가죽과 고기 사이에 붙은 질긴 부분이다. 창녕에서 3대째 수구레국밥집을 운영 중인 성정숙(64)씨는 "소고기를 엄두도 못 내던 시절에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수구레로 국밥을 끓였다"며 "싸면서 맛도 좋아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 수구레국밥


 질긴 듯 쫄깃쫄깃한 수구레를 가 마솥에 넣고 1시간가량 푹 끓여 만든다. 삶아낸 수구레를 건져 집게손가락 크기로 썬 뒤 신선한 선지와 함께 반나절 이상 우려낸 사골 국물에 넣고 파, 고춧가루, 간장 등 갖은 양념을 한다. 쫄깃한 식감과 얼큰한 국물은 묘한 중독성을 만들어 낸다. 창녕군 이방면에 사는 정모(60)씨는 "고기는 씹어야 맛이라는 말이 가장 맞는 음식이 수구레국밥"이라고 말했다.



<출처> 2018. 1. 15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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