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첫 차
-심상숙
환한 덧니가 영정을 물고 있다
부음은 여태 기다리고 있었구나
이곳은 생각보다 따뜻하다
혜화동 대학병원 장례식장 한 밤의 보일러 굉음이 블랙홀이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눈발, 국밥 말아먹듯 휩쓸려간다
눈 덮인 교복과 찹쌀떡 모판을 방 윗목에 세워 두고
모나미 볼펜과 파카 만년필 좌판 그리고 문구 캐비닛
끝내 가보지 못한 장학생 대학 합격증을 끌어안고,
영정 속 덧니는, 네모 속으로 문상객이 내어 준 사각의 추억을 끌어 들인다
종로에서, 덕수궁에서 우리 한 번 마주 친 적 있을까
흰 국화꽃 대궁 끝에 떨어질 듯 매달린 저 눈빛
아직도 인연이 남았는지 팽팽하다
단단한 잇몸 뚫고 좋은 내색이듯 빛나는 뻐드렁 덧니, 누군들 함부로 웃지 못한다 알 굵은 사과나 날 고구마
를 통째로 베어 물어 아귀 귀신 달래듯 자리를 내어 줄 뿐이다
막차 전철도 끊어져 눈 쌓이는 저녁
총알택시 대신
대학병원 아무 집 영정 앞 뜨신 바닥에 덧니로,
앉혔다가 꼭두새벽 일어서는 자리
심상숙
1949년 충북 괴산 출생. 단국대 교육대학원및 서울교대 교육대학원 졸업.
서울시 초등교원 퇴직. 목포문학상, 조선여성 문학상 우수상. 김장생 문학상 본상.계간지 '시와소금'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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