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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카르타 여행, 인도네시아 '문화 수도'를 가다

by 혜강(惠江) 2017. 12. 22.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여행

 

인도네시아 '문화 수도'를 가다

- 회랑을 따라 한 발, 한 발… 번뇌를 내려놓다 -

 

 

이명진 기자

 

 

 

 

▲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에 오르는 길은 성찰의 길이다. 욕심에 사로잡힌 나, 돌이키고 되새긴다. 회랑을 따라 종 모양 불탑, 스투파 속 부처님 앞에 서면 겸허해진다./게티이미지뱅크,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인도네시아는 섬과 화산의 나라다. 자기 나라 섬이 몇 개인지 정확히 몰라 20여 년 전에 법에는 일단 1만7508개로 적어놓고, 계속 섬을 헤아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5년 전 유엔에 공식 등록한 섬이 1만3466개, 그 뒤로 새로 찾아낸 섬이 1700개다. 100개 넘는 활화산이 불을 뿜어 섬을 새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섬이 사라지기도 하는 까닭이다.

 족자카르타(Yogyakarta)는 인도네시아 중심 섬 자바(Java)에 있다. 자바섬 서북쪽 수도 자카르타가 정치·경제·행정 중심지라면 족자카르타는 이웃한 쌍둥이 도시 솔로(Solo)와 함께 자바 문화의 요람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주·부여쯤 될까. 100곳 넘는 대학이 밀집한 인도네시아 교육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1300년 고도(古都)의 숨결을 불교와 힌두, 이슬람 유적들이 말해준다.
 
 

(위)프람바난 힌두 사원의 석탑들. 8개만 복원된 상태로 시바, 브라마, 비스누 등 힌두 신들을 모신 신전이다. (아래)족자카르타와 쌍둥이 도시인 솔로의 술탄 왕궁. 관람객이 맨발로도 다닐 수 있도록 관리인들이 수시로 빗질을 한다./게티이미지뱅크,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1000년의 인내, 보로부두르

 보로부두르 불교사원은 족자카르타 시내에서 40여㎞ 떨어진 게도우 분지에 우뚝 솟아 있다. 시내에서 차로 30분이면 넉넉히 닿는다. 사원을 굽어보는 메라피(Merapi) 화산이 뿜어낸 미네랄을 가득 품어 비옥한 평원을 옆에 끼고 있다. 사방 124m, 정방형 10층 불탑(높이 31.5m)인 보로부두르는 단일 불탑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8세기 중반 이곳을 지배한 불교 왕국 샤일렌드라(Sailendra) 왕조의 위엄을 상징한다. 직육면체로 정확히 잘라낸 안산암 석재 200만개에 요철을 넣어 쌓아 올린 건축술은 인류의 불가사의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인근 수십 ㎞를 뒤져봐도 이 불탑의 재료로 쓰인 350만t 석재가 있었을 법한 지역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1300년이나 전에 어디서 석재를 날라왔을까 역시 미스터리이다. 70년에 걸친 대역사(大役事) 끝에 솟아오른 이 장쾌한 석탑은 이후 1000년 가까이 전설로 남아 있었다. 메라피 화산이 쏟아낸 화산재 속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이다. 1814년 영국 총독 래플즈가 야자수 밀림 속에서 불탑 꼭대기 부분을 찾아내면서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 긴 잠에서 깨어났다.

 보로부두르는 인도네시아 불교 신자들의 성지(聖地)와 같은 곳이다.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해 성지순례를 하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불탑을 휘감으며 위로 향하는 길(회랑)은 불교 예술의 백미라 할 만하다. 회랑 벽면에 새겨진 2500여 개 부조(浮彫)는 석가모니의 탄생과 출가, 깨달음, 열반에 드는 과정 등을 형상화했다.
 부조에 등장하는 사람이 무려 1만명, 회랑 길이만 5㎞에 달한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다시 아들로 이어지는 석공(石工)의 손놀림은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이어질수록 더 섬세해지고, 부조 속 인물들의 표정까지 살아 숨 쉬게 했다. 회랑이 이끄는 대로 탑돌이를 하며 한 층 한 층 오르다 보면 세속에서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이곳 사람들의 믿음이다.

 회랑을 따라 걸으며 문득 보로부두르가 땅속에 묻혀 1000년 시간을 인내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혹시 세월에 깎이고 사람의 손에 잘려나가 훼손되지나 않았을까.
 결국 그 인고의 세월은 보로부두르가 후세에 준 축복이다. 불탑 상단부에 오르면 종(鐘) 모양을 한 스투파(stupa) 70여 개와 마주하게 된다. 중국의 거대 불상들처럼 보는 이를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정겨운 등신대(等身大) 불상이 스투파 안에 모셔져 있다. 깨달음의 상징이다. 스투파 속 부처님의 손가락에 손을 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복원 중인 역사(歷史), 프람바난 힌두사원
 

힌두 왕국의 전설이 담긴 족자카르타 전통 공연의 한 장면./게티이미지뱅크,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족자카르타에서 솔로로 1시간쯤 가다 보면 또 하나의 역사가 눈 앞에 펼쳐진다. 프람바난(Prambanan) 힌두사원군(群)이다. 보로부두르가 화산 폭발로 인해 잊혔다가 복원된 역사라면 프람바난 사원은 한창 복원 중인 유적이다. 9세기 중반 힌두 왕조의 바리퉁 마하 삼부 왕이 지었다는 이 거대한 사원은 원래 230여 개의 크고 작은 사원들로 이뤄졌다. 전설에는 1000개의 사원이 있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메라피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모조리 무너져 내리면서 지금은 8개 사원만 제 모습을 찾았고 220여 개 사원은 복원에 대비해 돌더미를 모아 둔 상태다.

 사원 중앙에는 힌두교 3대 신인 시바와 비스누, 브라마를 모신 사원이 늠름하다. 가장 규모가 큰 시바 사원은 높이만 47m, 내부는 몇 군데 격실로 꾸며져 각각 신상(神像)들을 모시고 있다. 프람바난 사원군의 원래 규모는 보로부두르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사원 하나 복원하는데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린다고 하니 인도네시아 후손들의 든든한 문화·관광 자산(資産)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족자카르타와 솔로에는 보로부두르, 프람바난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해발 2968m 메라피 화산은 온종일 뜨거운 김을 내뿜는 활화산이다. 산등성이까지 비포장 산길을 지프를 타고 오르는 화산 투어가 가능하다. 족자카르타와 솔로 시내는 물론 인근 시골 마을 탐방에는 마차(andong) 여행을 추천한다. 주변 농촌 마을에 들어서면 60, 70년대 우리나라 농촌 마을의 정취와 순박한 주민들의 미소를 만날 수 있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갈라진 족자카르타와 솔로왕국의 궁전도 볼 만하다. 큰집 격인 솔로의 궁전은 면적이 45㏊에 달해 아시아 최대 규모인데, 그중 일부만 공개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통 수공 염색 기법인 바틱(Batik)의 발상지답게 곳곳에 관련 박물관과 전시시설이 있다.
 
 

 

◇여행정보
 
항공편&여행 준비물
국제선을 타고 자카르타에서 족자카르타나 솔로로 가는 국내선을 갈아타야 한다. 국내선 비행시간은 1시간 남짓이지만 기후가 천변만화해 연발·연착이 잦은 편. 보로부두르의 1000년 인내를 기억하자. 3월까지는 우기(雨期)여서 우산이나 비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음식
인도네시아 전통 볶음밥 나 시고랭과 볶음국수 미고랭은 어디서 먹어도 먹을 만하다. 노점에선 우리 돈 1000원이면 즐길 수 있다. 쇠고기나 생선을 갈아 만든 미트볼을 넣어 끓인 수프 박소는 국물 맛이 담백해 매콤한 맛 전통 소스 삼발과 어울린다. 닭고기 숯불 꼬치구이(사테)도 간식으로 추천. 습하고 무더운 날씨 탓에 빈탕(Bintang) 맥주 한잔이 절실할 때가 많지만 호텔이나 바, 대형 마트에나 가야 구할 수 있는 게 옥에 티.


호텔

족자카르타에는 하얏트, 쉐라톤 등 글로벌 체인 호텔들이 있다. 보로부두르 유적지 경내에 있는 마노하라호텔은 일출 감상 최적의 포인트. 솔로에는 로열 수라카르타 헤리티지 등 지역 특색을 살린 부티크 호텔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출처] 2017. 12. 22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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