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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수상 및 후보시

2016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맹수 / 정율리

by 혜강(惠江) 2017. 2. 2.


<2016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맹수


정율리

 

 

하늘에는 울타리가 없다

이 쪽 저 쪽으로 몰려다니는 철새들

초승달로 기러기 행렬이 지나간다

 

하늘을 맹수라 불러보다 깜짝 놀란다

이동하는 저 철새들의 몇 마리는

땅으로 혹은 바다위로 곤두박질 칠 거다

초승달이 몇 마리 삼키고

구름이나 혹은 비바람이 또 몇 마리 삼키겠지

 

기러기들 서둘러 달빛을 벗어나려

한밤의 속도로 튕겨져 나온 행렬

어둠에 묻힌 채 날고 있다

하늘은 야생이다

무엇이든 먹어치우려는 난무(亂舞)의 태생지다

 

밤낮이 자유롭고 계절도 마음대로 바꾼다

낮과 밤은 서로 피해 다닌다

가끔 날아가는 비행기가 지상으로 떨어지고

하늘을 날아오른 집이며 자동차들이

구겨진 채 떨어진다

빈 껍질만 떨어지는 걸로 보아

저 하늘에 포악한 야생의 무리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울타리가 없으니 야생이다

날아가는 것들은 무엇에 쫓긴 듯 서둘러 날아간다

낮과 밤이 맹수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폭식을 하고

낮엔 낮에 보이는 것들을 사냥하고

밤엔 밤에 보이는 것들을 사냥한다

조용한 날들이 없는 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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