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전북도민 신춘문예 시 당선작>
화해花蟹
하송
냄비뚜껑을 열자 꽃처럼 붉은 꽃게가
철갑을 하고 있다
건들기만 하면 잘라버리겠다는 듯
엄지발을 치켜든다
뭉툭한 가위로 발을 절단하자
소리를 지르는 것은 꽃게가 아니라
가위였다
골수가 울컥 쏟아지자
바다는 잠잠했다
사는 일은 파도가 잠자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갯벌 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기는 것
꽃게, 파도가 거칠수록
두 눈 똑바로 뜨고 등딱지에 힘을 준다
한 평생 꽃처럼 배를 보이지 않는 것이 꽃게다
섬 하나가 안테나를 세우고
육지로 나간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지
바닷바람에 허리가 꼿꼿하다
바다를 버린 꽃게, 절대 바다를 돌아보지 않는다
'문학관련 > - 수상 및 후보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가로수 마네킹 / 강서연 (0) | 2017.02.02 |
---|---|
2016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맹수 / 정율리 (0) | 2017.02.02 |
2016 부산일보 신춘문에 시 당선작 : 큐브 / 강기화 (0) | 2017.02.02 |
2016 무등문예 신춘문예 당선시 : 비가 오고 이팝꽃이 떨어지고 진흙이 흘러내리고 / 지연 (0) | 2017.02.02 |
2016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대봉 / 김이솝 (0) | 2017.02.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