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항 겨울별미 양미리
연탄불에 노릇노릇 구원먹는 고소한 맛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팀 양서연 취재기자
겨울엔 이 맛이 그리워진다. 연탄불에 노릇노릇 구운 양미리의 고소한 맛. 매년 10월부터 12월 하순까지 강원도 속초항에는 양미리 조업이 한창이다. 항구에서는 배가 들어오는 대로 갓 잡아온 양미리를 그물 채로 끌어올리고 다른 한편에선 연탄불에 양미리를 구워 겨울별미를 맛본다. 속초항 근처에는 들러봄직한 곳도 꽤 있다. 암벽과 바다에 놓여진 영금정과 해상정자인 해돋이 정자, 쇠줄을 잡아당겨 물길을 건너는 갯배 등 겨울별미를 즐기고 난 후 항구 여행도 만끽해보자.
고소한 양미리의 천국, 겨울 속초항
속초항의 겨울은 고소하다. 고소한 맛의 양미리 때문. 사실, '속초'하면 오징어가 먼저 떠오른다. 오랜 동안 오징어로 유명세를 탄 탓일까. 머릿속에는 속초와 오징어가 등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겨울, 속초의 주인은 바로 양미리다.
매년 10월부터 12월 하순까지 속초항에서 양미리 조업이 한창이기 때문. 양미리로 유명한 곳은 속초항인데 속초항과 동명항을 크게 구분짓지 않고 부른다. 동명항이 속초항과 가깝기도하고 영금정, 속초등대전망대 등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속초항보다 인지도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속초항에서는 연탄불에서 노릇노릇 구워진 겨울별미 양미리와 도루묵(맨 오른쪽)을 맛 볼 수 있다
속초항에 도착하니 바다내음 보다 군데군데 장작불 지피는 냄새가 코에 와 닿는다. 어부들이 추운날씨에 양미리를 그물에서 골라내는 작업을 하다보니, 움츠러든 몸을 장작불을 쬐며 녹이기 위함이다. 양미리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배가 항구에 닿자, 열댓 명의 어부들이 배에서 그물을 끌어내린다.
그리고는 분주한 손놀림으로 그물에 걸려든 양미리를 빼낸다. 양미리를 엉켜 있는 그물에서 빼내는 지루한 작업 중에 한 아주머니가 노래 한 자락을 걸게 뽑아낸다. 그 와 중에 바닥에 잔뜩 쌓여 있는 양미리를 낚아채려는지 갈매기 가족이 주위를 기웃거린다.
[위/아래]그물에 걸린 양미리를 떼어내는 어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 양미리 조업을 위해 배를 타고 나서는 속초항 어부들
이렇게 모아진 양미리는 건조시키기 좋은 강구 등으로 보내진다. "이 많은 양미리를 여기서 다 못 말리니까요. 강구 같은 데로 보내서 더 건조시켜야죠." 속초항에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모(43)씨는 양미리가 가득 담긴 상자를 보며 이 같이 말했다.
항구 뒤편엔 양미리를 엮어 홍시를 건조시키듯 길게 늘어뜨려 말리고 있다. 고소한 안주의 유혹이 너무 강해서일까.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줄지어선 천막 안에는 연탄불에 양미리를 구워먹으며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양미리 1만원어치를 주문하면 두 세명이 적당히 먹을 수 있는 양이 나온다.
[위/아래]양미리를 엮어서 찬 겨울바람과 해풍에 말리는 모습 / 양미리를 강구 등지에서 건조시키기 위해 차에 싣는 모습
요즘 보기도 드문 연탄이 불이 붙어 타오르고 그 위에 석쇠를 달군 후 양미리를 올려놓는다. 굵은 소금을 쳐 놓은 양미리와 그 곁에 놓여진 도루묵. "이 도루묵이 왜 도루묵인가 하믄요. 옛날에 임금님이 전쟁 중에 피난갔었거든요. 그 때 먹을 게 없는 중에 임금님 밥상에는 그래도 그나마 있는 생선을 올렸나봐요. 피난 중에 맛나게 잡쉈던 그 생선이 다시 먹고싶어서 궁에 돌아와 임금이 그 생선을 올리라 했는데 먹어보니 그때 그맛이 아니라 이거에요.
속초항 뒷편에는 양미리 구이를 파는 천막이 줄지어 서 있어 고소한 양미리를 맛 볼 수 있다
그래서 임금님이 '도로 물러라'라고 해서 도루묵이라고 이름이 지어진거에요." 속초항 양미리 구이집 아주머니는 생선 이름 하나로 구수한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연탄불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양미리를 다시 뒤집어 익힌 뒤 날씬하지만 탄력 있는 몸통살을 떼어 입에 넣는다. 갓 구운 따끈함과 양미리 속살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겨울 속초항이 고소한 이유, 바로 양미리다.
추억을 싣고 가는 갯배
속초항에서 중앙횟집단지 방향으로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갯배를 만날 수 있다. 갯배는 청초호에서 청호동 아바이마을과 중앙동을 연결하는 작은 뗏목 수준의 바지선이다. 특이한 점은 어떠한 동력 없이 오로지 배에 연결된 쇠줄을 잡아당겨야만 움직여진다는 것이다. 외국인관광객은 물론, 멀리 돌아가기 번거로운 동네 주민들도 이 갯배를 애용하고 있다. 갯배 삯은 한 사람당 단돈 200원. 왕복시 400원이다.
갯배는 청호동 아바이마을과 중앙동을 이어주는 작은 바지선으로 쇠줄을 잡아당겨 이동한다
갯배에 오르자, 쇠줄을 잡아당기는 쇠막대 같은 도구가 서너개 걸려 있다. 손님들은 그 쇠막대를 자연스레 집어들고는 갯배를 운행하는 아저씨를 도와 쇠줄을 잡아당겨 배를 움직인다. 이 배 위에선 손님과 갯배 선장의 역할이 동일하다. 청호동 아바이마을은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청호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겨우 50미터 정도 되는 거리를 5 킬로미터나 더 가서 빙 돌아가야 했다고 한다.
바다와 기암절벽, 영금정과 해돋이정자
영금정은 동명항 북쪽에 자리한 넓은 해안가에 자리잡은 바위다. 이 곳은 3면이 바다와 닿아 있는데 해안가에 자리한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영금정이란 이름의 유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파도가 석벽에 부딪힐 때 신비한 소리가 들리는데 돌산 위로 오르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바다 위에 자리한 해상정자, 해돋이정자에서는 동해의 일출을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산이 거문고를 타는 것이라하여 영금정이라 불리게 되었다. 또 다른 전설은 선녀들이 밤만되면 몰래 영금정으로 내려와 목욕을 하며 신비한 곡조를 즐겼다하여 비선대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이 곳이 비선대로 표기되어 있다. 영금정을 둘러보았다면 근처에 해돋이정자를 빼놓을 수 없다.
[위/아래]해돋이정자와 겨울 바다풍경이 고즈넉하다 / 동명항과 속초항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영금정 정자
해돋이정자는 바다 위에 세워진 해상정자다. 육지와 연결된 50여 미터의 동명해교를 건너면 해돋이정자에 닿을 수 있다. 이 곳은 그 이름처럼 해돋이를 하기에 좋은 곳이다. 바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 있는 정자는 바다 위에 자리하고 있어 바다 위에서 해를 맞이할 수 있다. 해맞이를 할 이색적인 공간을 찾는다면 해돋이정자도 좋을 듯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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