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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북도

괴산 선유동계곡, 퇴계가 놀던 자취 간 데 없고 물소리만

by 혜강(惠江) 2013. 11. 13.

 

괴산 선유동계곡

 

퇴계가 놀던 자취간 데 없고, 무심한 물소리만 정적을 깨우네

 

 

글·사진 남상학

 

 

 

 

  단풍이 물든 가을 정취를 구경하며 충북 괴산 땅으로 향했다. 괴산은 속세를 떠난 산, 속리산(俗離山) 서북쪽이다. 명산의 속살을 품은 만큼 수려한 계곡이 여럿이다. 화양, 선유, 갈은, 쌍곡 등 흡사 '국립 계곡 공원' 같다. 그 격에 맞춰 골마다 죄다 아홉 구(九)가 접미어처럼 붙어 구곡으로 불린다.

  선유동계곡으로 향하는 길에 산세가 좋아 잠시 멈춘 곳이 쌍곡계곡이었다. 쌍곡(雙谷)계곡은 두 개의 군자산과 보배산, 칠보산, 비학산 등의 준봉을 끼고 흐르는 맑고 수려한 계곡이다. 계곡을 감도는 푸르른 물과 계곡 따라 이어진 기암절벽 및 기암괴석이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예로부터 괴산팔경의 하나로 손꼽혀 왔고 1984년 속리산 국립공원에 편입된 쌍곡은 퇴계 이황(1501~1570)과 송강 정철(1536~1593) 등 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즐겨 찾아 노닐었던 곳으로 쌍계(雙溪)라고 불리기도 했다.  괴산에서 연풍 방향으로 약 10㎞ 떨어진 지점의 쌍곡 삼거리에서 제수리재(저수리치)에 이르는 이 계곡은 총길이가 10.5㎞에 이른다. 쌍곡역시 괴산의 다른 계곡들인 화양동, 선유동, 갈은동처럼 구곡(九曲)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쌍곡구곡의 이름을 정한 사람은 조선시대 선비인 정재응(1764~1822)으로 추정된다.

  정재응은 우암 송시열의 5대손인 송환기를 스승으로 섬기며 쌍곡을 소화양동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쌍곡은 한여름 무더위를 말끔히 씻어내릴 수 있는 일급 피서지로 손색이 없다.  쌍곡구곡의 제1곡은 호롱소, 제2곡은 소금강, 제3곡은 떡바위, 제4곡은 문수암,  제5곡 쌍벽, 제6곡 용소, 제7곡 쌍곡폭포,  제8곡 선녀탕,  제9곡 장암이다.
    

  우리가 멈춘 곳은 구곡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제2곡에 해당하는 소금강이었다.  쌍곡 입구에서 2.3㎞ 지점에 위치한 제2곡 소금강은 금강산의 봉우리 하나를 떼어다 놓은 듯한 절경을 뽐낸다. 쌍곡소금강은 철따라 색다른 아름다움을 내비친다고 한다.  계곡에 우뚝 솟은 바위 절벽이 어찌나 우람한 지 쳐다보는 나 자신이 압도될 정도였다. 

 

  잠시 이곳에서 괴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다시 차를 몰아 선유동으로 향했다. 선유동계곡은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에서 동북쪽으로 1∼2㎞에 걸쳐 있다.  화양동 계곡의 상류인 셈이다.

  선유동 계곡은 조선 시대의 학자 퇴계 이황이 7송정(현 송면리 송정마을)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아갔다가 산과 물, 바위,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선유동의 절묘한 경치에 반하여 9개월을 눌러앉아 선유구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 한다. 신선이 내려와 노닐던 곳이라는 석굴형 바위 선유동문(仙遊洞門)을 필두로 경천벽(擎天壁), 학소대(鶴巢臺·일명 학소암), 연단로(鍊丹爐), 와룡폭(臥龍瀑), 난가대(爛柯臺), 기국암(碁局巖), 구암(龜巖), 은선암(隱仙巖)으로 명명되어 있다. 무심하게 흐르는 긴 세월과 물결의 기운에 바위에 새긴 글자는 더러 없어졌지만, 그 아름다운 경치는 절경을 이루고 있다.

  화양계곡이 웅장한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데 비하여 선유동 계곡은 여성적인 섬세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사람의 손을 덜 타 좋긴 한데, 안내문이 없어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9개의 비경을 다 못 찾기 십상이다. 그러나 꼭 구곡의 이름을 찾아야 맛이 아닐 터, 이곳은 물이 맑고 기묘한 바위들이 즐비하여 탁족(濯足)이나 물놀이를 즐기면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한나절쯤 쉬어가기에 아주 제격이다.

  선유동은 계곡을 따라 시멘트 포장의 작은 도로가 놓여 있다. 이 작은 도로가 지방도(517번)에 연결되므로 계곡 상류인 후문에서 진입할 수 있고 계곡 하류인 정문에서도 진입할 수 있다. 계곡은 하류와 중류 부근이 아름다우므로 정문 방향에서 진입하는 것이 더 좋다. 정문 입구에는 민박집을 비롯해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계곡 중류에는 매점 겸 식당인 은선휴게소가 있다.

 

 

 

   선유동계곡을 둘러본 후에 화양계곡의 아름다운 9곡을 탐방하기 위해 떠났다. 추수를 끝낸 가을의 끝자락 밭에는 아직 뽑지 않은 배추가 널려있다. 괴산 배추는 유명하다는데, 생산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여 갈아엎는 처지가 되었다고 하니 농민들의 시름이 얼마나 클 것인가 가슴이 아파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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