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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수상 및 후보시

2013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소금쟁이 날아오르다(최정희)

by 혜강(惠江) 2013. 1. 1.

 

                     2013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소금쟁이 날아오르다

 

                                                   - 최정희

 

 

그녀가 오늘 한쪽 유방을 들어냈어 무거워진 한쪽이 사면처럼 기울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어 기울기를 가진다는 건 양팔저울 한쪽에 슬픔을 더하거나 덜어내는 것 

   
▲ 일러스트: 윤문영

가끔 또는 자주 비가 내렸어 그녀의 눈 속에 살고 있는 소금쟁이는 언제나 눈물의 표면을 단단히 움켜쥐었어 그렁그렁한 표면장력, 그 힘으로 소금쟁이는 침몰하지도 날아오르지도 못했어

오늘 그녀는 기울기를 가졌어 x축과 y축 사이 그리고 삶과 죽음 사이 걸음을 걸을 때마다 가슴에서 눈물이 호수처럼 출렁였어 그녀는 비로소 너무 오래 울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어 남은 한쪽의 젖꼭지가 짓무를 때까지 오늘 울기로 했어

소금쟁이가 떠났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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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훈풍같은 시로 따뜻한 위로가 되길”

   
▲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자 최정희


불혹을 꿈꾸었다. 그때쯤이면 세상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마흔. 바람은 내 안에서 일었고, 그 어느 때보다 나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2월의 끝자락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보았다. 겨울의 햇살과는 다른, 맑고 따뜻함이 아련하게 묻어나던 햇살을.
나는 그 햇살 속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서점으로 가 시집 한 권을 샀다. 그것이 내 시의 출발이었다.
흔들린다는 건 내가 살아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나는 흔들리며 바람의 족적을 기록하고 싶다. 
미풍, 혹은 훈풍의 바람 같은 시를 쓰고 싶다. 내 시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경상일보에 감사드립니다. 남편과 아들 지산, 딸 지인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Happy New Year~

당선자 최정희 약력
- 1967년 생 
- (현) 수학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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