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방태산과 아침가리골
글, 사진 : 최갑수(여행작가)
슬슬 계곡이 생각날 때다. 땀에 젖은 와이셔츠를 입고 도심을 걸어 다니다 보면 시원한 계곡이 절로 떠오른다. 셔츠 단추를 한두 개쯤 풀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 채 발을 담그면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씻어주는 그런 계곡 말이다.
* 인제 내린천 *
방태산의 비경, 이단폭포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산282-1 방태산. 방태산이 숨긴 깊은 계곡 가운데 하나인 적가리골에는 아름다운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들어앉아 있다. 뙤약볕을 가리는 울창한 원시림과 귓전을 때리는 폭포 소리,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이 있는 곳이다. 하룻밤 묵고 싶은 통나무집도 그림처럼 서 있다.
* 방태산 자연휴양림 내 통나무집 *
치를 몰고 휴양림 입구까지 가는 길은 내내 상쾌하다. 아카시아 향과 숲 내음이 가득 밀려든다. 연이어 심호흡을 해본다. 폐 속에 찌들어 있던 매연이 날아가는 느낌이다. 도시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휴양림 매표소를 지나면 오른편으로 물소리가 들린다. 빽빽한 숲 사이로 계곡이 언뜻언뜻 비친다. 통나무집이 보일 무렵 야트막한 폭포가 나타난다. 물줄기가 시원하게 뻗어 내린다. 이 물줄기는 방태산 주억봉(1,443m)과 구룡덕봉(1,338m) 골짜기에서 내려온다. 폭포 앞 마당바위는 100명이 앉아도 넉넉하다.
* 물 맑은 방태산 계곡 *
잠시 탁족을 즐긴다. 첨벙첨벙 물속을 걸어 다녀본다. 맨발에 닿는 바위의 감촉이 싱그럽다. 하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물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차가운 물에 발이 금세 얼얼해진다.
통나무집에서 200미터 정도 올라가면 우렁찬 폭포 소리가 들린다. 방태산의 명물 '2단 폭포'다. 10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폭을 넓혀 다시 한 번 3미터 정도 쏟아져 내린다. 소에 고인 물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명경지수다.
* 방태산 이단폭포 *
폭포 주변에는 활엽수가 울창하다. 방태산이 숨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폭포에서 튕겨 나오는 물방울이 나뭇잎 사이로 새어든 초여름 햇살과 만나 희미한 무지개를 만들어낸다. 물줄기는 비단결처럼 흘러 산 아래로 내려간다. 비경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폭포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생태관찰로가 시작된다. 숲은 더욱 깊어지고 들꽃들이 흔들린다. 음지식물들이 초록빛을 발한다.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찾기에 좋은 곳이다.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고, 벤치와 야영장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 금낭화 *
통나무집에서 하룻밤 묵어보자. 유리문에 앉으면 녹색 숲이 액자처럼 펼쳐진다. 방 안에는 숲내음이 가득 찬다. 밤이 되면 숲그림자가 창을 가린다. 도시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비로소 밀려든다. 1년에 하루쯤은 이런 곳에서 물소리와 함께 지새는 것도 괜찮겠다.
방태산 자연휴양림 근처에 방동약수가 있다. 탄산, 철, 망간, 불소를 다량 함유해 약수 주변 돌들이 붉게 물들어 있다. 탄산 성분이 많아 톡 쏘는 맛이 강하다. 설탕만 타면 사이다 맛과 비슷할 정도다. 위장병과 소화 촉진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 방동약수 *
필례계곡에 있는 필례약수도 유명하다. 약한 탄산수로 철분을 다량 함유했고 구리 성분도 많이 녹아 있다. 덕분에 톡 쏘면서도 약간 비릿한 맛을 내는데,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한 번에 한 바가지를 다 못 마신다. 숙취 해소에 좋고 위장병과 피부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 필례 약수 *
계곡 트레킹의 진수를 만나다, 아침가리골
아침가리골은 구룡덕봉, 가칠봉 등 1,200~1,400m 고봉에 첩첩산중 둘러싸인 깊은 골짜기다. 한국의 대표적인 오지로 남아 있던 이곳은 이제 계곡 트레킹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트레킹 출발점은 방동리 갈터마을이다. 목적지인 방동초등학교 조경동분교까지는 직선거리 약 3킬로미터. 하지만 만만하게 볼 거리가 아니다.
* 아침가리계곡을 오르는 트레커 *
아침가리를 오르는 길은 갈터마을 입구에서 시작된다. 입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계곡으로 들어서면 된다. 처음 보이는 물길을 건너면 비좁은 오솔길이 나타난다. 길은 계곡물을 따라 산 속으로 나 있다. 길들지 않은 길이다.
길은 어느새 스스로 희미해지다가 다시 계곡으로 내려선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고른다. 물빛을 바라본다. 구름 사이로 해가 잠깐 비친다. 사금파리를 뿌려놓은 듯 물이 반짝인다. 눈이 부시다. 꺽지가 쉬익 하고 꼬리를 치며 돌 사이로 재빨리 숨는다. 돌피리가 지느러미를 팔랑거리며 헤엄친다.
돌피리를 따라가는 눈길에 신통하게도 징검다리가 보인다.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징검다리를 건넌다. 물이 무릎까지 차오른다. 이끼 낀 돌이 미끄럽다. 건너편으로 가니 다시 길이 어렴풋이 나타난다. 길 끝에는 울창한 낙엽송 숲이 기다리고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 숲. 휘파람을 불며 그 숲길을 걷는다.
낙엽송 숲을 빠져나온 길은 계곡으로 내려서더니 또다시 바위지대가 계속 이어진다. 넓은 바위 아무 곳에나 누워본다. 바람에 꽃내음, 풀향기, 싱그러운 물비린내가 실려 온다. 몸이 생생히 깨어나는 느낌이다. 한숨 자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 낙엽송길 *
와폭과 크고 작은 소가 연이어 나타난다. 암반의 색이 검은 빛에서 다시 하얘진다. 굽이를 돌 때마다 하얀 모래톱이 펼쳐진다. 모래톱에 자주 주저앉는다. 지쳐서가 아니다. 길과 자연이 보여주는 풍경이 매우 아름다워 지나칠 수가 없어서다.
아침가리를 거슬러 오르기를 3시간 여. 갑자기 계곡이 환하게 열린다. 이즈음이면 아침가리의 비경은 다 지나온 셈이다. 여기서 잠시 갈등해야 한다. 오른쪽으로 난 비포장길을 따라 방동약수 방면으로 갈 수도 있고, 계곡을 따라 계속 거슬러 올라 홍천군 내면 월둔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명지거리를 지나 월둔으로 넘어가는 길은 6시간 이상 걸리므로 넉넉한 일정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다시 갈터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한다. 아쉬울 것은 없다. 계곡은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의 풍경이 다르다. 내려갈 때, 아마도 아침가리골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 (왼쪽/오른쪽) 아침가리골에 핀 진달래 / 진동산채촌의 산채정식 *
강원도 인제 내린천은 대한민국 최고의 래프팅 명소다. 여름이면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래프팅을 즐기는 레저객들로 넘쳐난다. 계곡마다 뜨거운 함성이 가득하다. 고무보트에 몸을 맡긴 채 70km에 달하는 내린천계곡의 빠른 물살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엉덩이가 들썩이고 흩어지는 물줄기에 온몸이 흠뻑 젖는다.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과 눈부신 은빛 백사장, 수정처럼 맑은 물이 신비롭게 조화를 이뤄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용
서울춘천고속도로 → 동홍천IC → 속초, 인제, 신남 방면 → 철정터널 → 철정교차로 → 상남, 내촌 방면 → 진방삼거리 → 방동리 방면 → 방태산 자연휴양림
* 대중교통
서울 → 인제 : 동서울종합터미널(1688-5979)에서 현리버스터미널(031-584-3777)까지 1일 5회(07:00~3:40) 운행, 2시간 20분 소요
2.맛집
진동산채촌 : 인제군 기린면 / 산채요리 / 033-463-8484
설악산가든 : 인제군 북면 / 황태 / 033-461-5823
일미장 : 인제군 인제읍 / 한우 / 033-461-2396
감자네식당 : 인제군 인제읍 / 민물매운탕 / 033-462-5766
한국관 : 인제군 인제읍 / 한우 / 033-461-2139
3.숙소
가리벨리관광펜션 : 인제군 인제읍 / 033-463-1212
기린초관광펜션 : 인제군 기린면 / 011-479-0921
아침뜨락황토마을 : 인제군 기린면 / 033-462-2944
솔잎향기 : 인제군 기린면 / 033-463-0340
<출처> 2012. 6. 8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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