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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서해

선유도, 신선이 놀다간 그 섬

by 혜강(惠江) 2012. 5. 19.

 

선유도, 신선이 놀다간 그 섬

 

 - 백사장의 노래, 갈대의 춤 -

 

 

 군산=글·이영민 기자 / 사진·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①맨발로 걸어야만 그 맛을 알 수 있는 전북 군산 선유도 명사십리. 고운 모래사장을 거닐며 서해안 낙조(落照)를 바라보는 명소다. ②선유도의 자연산 돔회는 육질이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③기도하는 손 모양을 본따서 만든 선유도 전월리 선착장‘기도 등대’.

 

 

최근 자전거 하이킹·트레킹 즐길 수 있는 구불길 새 단장
 모래사장 갯벌 산 염전 낙조 등 즐기다보면 배 놓칠 수도

 

  선유도(仙遊島)로 향하는 배가 전북 군산항을 떠나자마자 해무(海霧)를 만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개는 짙어져 검푸른 바다 위를 빽빽하게 채웠다. 지척도 구분할 수 없는 안갯속에서 바닷길을 열기를 한 시간 남짓, 뱃고동이 울렸다. "선유도 선착장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군산에서 남서쪽으로 약 50㎞ 정도 떨어진 선유도는 신선 '선(仙)'에 놀 '유(遊)'를 쓴다. 먼 옛날 신선이 이곳에서 놀았을 만큼 경치가 좋다는 뜻이다. 신시도·무녀도·방축도·명도·관리도 등 다른 섬들을 둥그렇게 둘러치고 그 가운데 자리한 모양새만 봐도 평범한 곳은 아닌 듯하다.

  한때는 이곳이 '군산'이었다. 조선 때 태조 이성계가 왜구의 잦은 침략을 막기 위해 이곳에 수군부대를 배치하면서 '군산도'로 불렀다고 한다. 세종 때 수군부대는 내륙의 옥구군 북면 진포(현 군산)로 옮겨갔고, 이곳엔 '옛 군산'이라는 뜻의 '고(古)군산'이나 '선유도'라는 이름이 남았다.

 

 

 

  선유도는 바다 위에 다리를 놓아 인근 무녀도·장자도·대장도와 연결된다. '섬 4종 세트'인 셈이지만, 섬 4곳의 큰길을 이어도 그 길이가 총 20㎞도 안 된다. 하지만 모래사장·갯벌·산·염전·낙조 등 서해안 섬에서 즐길 만한 것들이 너무 많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것처럼, 선유도 즐기다 배가 끊길 수도 있다.

  군산시는 최근 자전거 하이킹과 도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선유도 '구불길'을 새로 단장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풍경이 좋은 곳에서는 천천히 걸으며 선유도·무녀도·장자도·대장도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길이다. 함께 나선 길벗에 따라 들를 만한 필수코스와 선택코스를 소개한다.

 

 

                               * 군산 선유도 남악리 대봉에서 노란 갓꽃이 한가득 피어난 시골길을 따라가면 망주봉 입구에 닿는다.

 

 

 

선유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선유도 선착장에서 선유도 내부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명사십리'다. '선유 8경'의 하나다. 이름에는 10리(4㎞)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 1.5㎞ 남짓한 천연 해안사구 해수욕장이다. 백사장이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고와 맨발로 모래사장 위를 뛰어다녀도 발이 아프지 않다. 파도도 높지 않고 해수욕장에서 수십m를 가더라도 수심이 허리를 넘지 않는 고요한 곳이다. 양말을 벗고 걸어보면 발가락 사이로 파고들며 간지럼을 태우는 모래의 감촉을 느낄 수 있다.

 

 

  명사십리에서 전월리·남악리 방면으로 가다 보면 뒤옹박 두 개를 겹쳐놓은 모양의 돌산을 만난다. '망주봉(望主峰)'이다. 옛날 선유도에 유배된 충신이 매일 이곳에 올라 한양에 있는 임금을 그렸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하얀 바위산과 그 위에 매달리듯 붙은 낙락장송(落落長松)의 모습이 거대한 조각상처럼 보인다. 여름철에 큰비가 내리면 망주봉에서 7~8개의 물줄기가 쏟아져 '망주폭포'를 연출한다고 한다.

 

 

 

* 설악리 대봉은 선유도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선유도 최고의 전망대다. 밀물 때 물이 차면 섬의 양쪽인 선유 2구와 선유 3구가 가느다란 해안 사구로 이어지고, 썰물이 되 면 모래사장과 갯벌이 언덕길 하나를 두고 맞닿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망주봉을 지나 남악리에 닿으면 선유도 최고의 전망대인 '남악리 대봉(152m)'이 있다. 마을 어귀에 있는 등산로에서 시작해 정상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길은 험하지만, 바짝 땀을 흘려 전망대에 닿으면 한순간에 노고를 잊게 된다. 가느다란 명사십리 언덕을 통해 이어진 선유도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선유도 백사장을 본 순간 세상에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를 생각하고는 손가락으로 한 편의 시를 썼다"는 곽재구 시인은 날아가는 새를 보고 "섬이 섬에게 편지를 썼나 보다"라고 했다. 어쩌면 그 편지가 지난 궤적이 대봉에서 바라보는 명사십리 언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갈대밭은 어촌마을로 들어서는 신비한 출입구 같다.

 

 

 

사랑이 짙어지는 곳


  남악리 끝자락에 있는 '몽돌 해수욕장'은 100m 남짓한 자갈 해수욕장이다. 오랜 세월 파도에 씻겨 동글동글해진 검은 돌이 파도가 밀려날 때마다 햇살에 반짝인다. 잘 알려지지 않아 찾아오는 이가 별로 없는 이곳은 해수욕장 한쪽 끝 낡은 벤치가 명소다. 캔커피를 들고 연인과 나란히 앉으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해변 카페'가 된다.

  남악리를 나와 전월리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는 갈대밭이 있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갈대밭이지만, 가까이 가면 갈대밭 사이로 난 오솔길이 보인다. 100m 남짓한 짧은 길이지만, 이곳을 걸어야만 갈대가 해풍에 몸을 부대끼며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전월리 선착장에는 '기도 등대'가 있다. 원래는 '선유도항 방파제 등대'라는 딱딱한 이름이지만, 기도하는 손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기도 등대'라는 별명이 붙었다. 앙증맞게 서 있는 새빨간 등대가 절로 카메라를 꺼내게 한다.

 

 

배움이 무르익는 곳


  선유도에서 무녀도로 건너가면 아이들과 함께 어촌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무녀도는 무녀가 제사상을 차리고 춤을 추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선유도와 무녀도를 잇는 선유대교를 건너자마자 멸치젓·까나리액젓 익는 냄새가 자욱한 전형적 어촌마을이 등장했다.

  무녀도는 20~30여년 전만 해도 섬 대부분이 염전이었을 만큼 소금 채취가 번성했지만, 지금은 20평 남짓한 소금밭 예닐곱 곳만 남았다. 하지만 지금도 동풍이 불고 햇볕만 쨍쨍하면 염전 바닥에 깔린 타일 위로 새하얀 소금꽃이 두툼하게 깔린다.

  염전 인근에는 조개를 직접 잡아볼 수 있는 '갯벌 체험장'이 있다. 호미 하나를 들고 시커먼 갯벌을 누비며 조개를 캐기도 하고, 동그란 갯벌 구멍에 맛소금을 살살 뿌려 맛조개를 끌어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무녀도에 있는 유일한 초등학교인 '무녀초등학교'는 아빠·엄마의 어린 시절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아무렇게나 자란 운동장 잔디밭 옆에 요즘 보기 힘든 작은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는 소박한 풍경이다. 건물에 떡하니 붙은 '한 가지만 잘해도 성공한다'는 교훈에선 소박함이 묻어난다.

 

 


추억이 살아나는 곳


  선유도 선유봉 아래에 있는 옥돌 해변은 주민들이 추천하는 선유도의 비경이다. 바다에선 맑은 물이 자그마한 자갈 위로 출렁이고, 육지엔 선유봉의 고운 자태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조용한 해변을 독점할 수 있어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회포를 풀기 좋은 곳이다.

  선유도에서 장자대교를 통해 이어진 장자도는 과거 멸치잡이가 번성했던 곳이다. 지금은 선유도 인근 작은 섬에 지나지 않지만, 한때는 고군산군도의 16개 유인도(有人島) 중 가장 풍요로운 섬이었다. '선유 8경'의 하나로 꼽히는 장자어화(壯子漁火)는 장자도가 풍요를 누리던 시절, 섬 인근에서 배들이 불 밝히고 야간작업을 하던 모습을 말한다. 지금은 그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지만 가족 단위로 바다낚시나 갯벌 체험 등을 해보는 '어촌 체험'은 해볼 수 있다.

  장자도에서 대장도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10m 길이의 작은 다리가 있다. 장자교라고 불리는데, 인근 선유대교·장자대교에 비해 규모가 작아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사랑하는 낙조(落照) 촬영 포인트. 어린 시절 본 것과 비슷한 섬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기에 좋다.

  대장도 대장봉(142.8m) 8부 능선에는 '할매바위'가 있다. 5월 짙어지는 녹음 사이로 앙칼지게 솟아나 한 폭의 산수화를 완성한다. 과거를 보러 서울에 간 남편을 기다리던 여인이 바위가 됐다는 옛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여·행·수·첩]

 

 

◆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군산 고속버스터미널이나 군산역까지 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가야 한다. 서울의 경우 서울센트럴터미널에서 군산까지 고속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서울 용산역에서 새마을호를 타면 군산역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 선유도행 배는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 쾌속선은 1시간, 고속선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여객선 운항 일정은 날씨 등에 따라 유동적이다. 여객선 운항 문의 (063)461-8000(한림해운) (063)462-4000(월명여객선) www.hanlim heawoon.co.kr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군산IC로 나와 옥녀교차로에서 연안여객터미널 방향으로 빠지면 된다. 선유도에는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 여객터미널 주차장에 세워둬야 한다. 섬에서는 버스나 택시 등의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 하루 1만원 정도에 자전거를 빌리는 것이 좋다.

 

 

 

◆ 대부분 횟집이다. 활어 양식장이 없는 선유도에선 어민들이 직접 잡아온 돔이나 갑오징어 등을 맛볼 수 있는데, 도톰한 살이 쫄깃쫄깃하다. 민박집을 겸한 선유팔경횟집(063―465―6725, 465―8667)에선 신선한 활어회는 물론 자연산 굴로 시원하게 맛을 낸 미역국·순두부찌개 등을 즐길 수 있다.

◆ 선유도 남악리에 있는 대봉은 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등산로 입구에서 약 20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하지만, 전망대에 오르면 왜 선유도가 '신선이 놀던 곳'으로 불리는지 알게 된다.

선유봉과 장자도 낙조대는 서해 낙조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명소다. 최근에는 장자도에서 대장도로 넘어가는 다리(장자교) 바로 앞부분에 있는 작은 언덕도 '어촌마을에 지는 해'를 찍는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선유도 전월리 선착장에 있는 '선유도항 방파제 등대'를 추천한다. 기도하는 손 모양의 빨간색 등대는 자전거만 한 대 세워놓아도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 군산시 (063)453-4986

 

 

 

<출처> 2012. 5. 17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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