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주꾸미, 알이 단단히 밴 4월이 제철

                                     서천 주꾸미

 

                       알이 단단히 밴 4월이 제철

                                               

                                                    글, 사진 오주환(여행작가) 

 

 

 

 

  주꾸미는 낙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집이 작고 다리도 짧다. 육질도 낙지에 비해 단단하다. 뭍에서 ‘꿩 대신 닭’이라고 하는 것처럼 바다에서는 ‘낙지 대신 주꾸미’라며 낙지만 못하다고들 하지만, 알이 단단히 밴 봄철 주꾸미는 낙지와는 다른 맛을 낸다.

 

서천의 명물 주꾸미

‘봄에 주꾸미를 볶으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마량포구의 봄은 주꾸미와 함께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 ‘봄에 주꾸미를 볶고 가을에 전어를 구우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처럼 주꾸미는 봄이 제철이다. 수온이 올라가는 3~4월 포란기를 맞은 주꾸미가 먹이인 새우를 찾아 서해 연안으로 몰려드는데, 이때 잡히는 주꾸미가 육질이 쫄깃하고 씹을수록 맛이 우러나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

 

  이즈음 마량포구에는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배에서 연신 내리는 주꾸미가 그득하다. 이들은 주로 주낙을 이용해 주꾸미를 잡는다. 주낙은 소랑(소라) 껍데기를 이용한 낚시법이다. 줄에 소랑 껍데기를 60cm 정도 간격으로 매달아 바다 밑바닥에 던져놓는다. 주꾸미는 알을 낳기 위해 그 속으로 들어가고, 어부들은 줄을 걷어 올리며 소랑 속의 주꾸미를 꺼내기만 하면 된다. 산 채로 잡기 때문에 싱싱하고 맛이 좋단다. 그물을 사용하는 낭장망으로 조업을 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 주꾸미의 씨알이 잘고 싱싱함이 떨어진다.

  “주꾸미는 산 채로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이 기가 막히다. 근데 도시 사람들은 날것을 안 먹으니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가 제격이라.”

  마량포구에서 주꾸미 잡이를 하며 식당을 운영하는 어민이 추천해준 주꾸미 요리법은 샤브샤브다. 특히 암컷은 머리라 불리는 몸통에 밥풀처럼 생긴 알이 가득 차 있어 한입에 넣고 씹으면 먹향과 함께 고소한 찰밥 맛이 난다. 미나리, 쑥갓 등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들깨가루와 얼큰한 양념에 버무려 볶는 전골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마량포구 앞에는 주꾸미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이 줄지어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주꾸미를 맛보고 싶다면 항구 앞 수산센터로 가면 된다. 1층에서 원하는 양만큼의 주꾸미를 사서 2층으로 올라가 상차림 비용을 지불하고 요리를 주문해 먹는다. 이때 싱싱한 주꾸미 구입 요령을 알면 도움이 된다. 주꾸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하얗게 변한다. 신선도가 높은 주꾸미는 몸통이 갈색이므로 선명한 갈색을 띠는 것이 좋다. 또 주꾸미를 만졌을 때 빨판이 짝짝 달라붙어야 한다.

 

[왼쪽부터]서천의 명물 주꾸미 /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주꾸미

 

[왼쪽부터]주꾸미를 선별하는 모습 / 서천의 명물 주꾸미

평화로운 풍경의 마량포구와 홍원항

 

  마량포구는 마치 휘어진 칼처럼 바다로 툭 튀어나와 있는 지형적 특성으로 서해안 낙조와 일출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유명하다. 일출을 보고 싶으면 방파제에서 동남쪽 마서면 죽산리를 바라보면 된다.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11월에서 2월 중순까지만 볼 수 있고, 다른 기간에는 산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게 된다. 반면 일몰은 1년 내내 구경할 수 있다.

 

  일출이 아니라도 바닷바람 쐬며 방파제를 걷는 기분도 상쾌하다. 방파제 왼편으로는 쉬고 있는 어선들이 가지런히 정렬해 있고, 오른편에는 뿌연 해무 사이로 해안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리고 방파제 끝에는 하얀 등대가 늠름하게 서 있다. 등대는 어두운 밤 어선들을 인도하는 희망의 빛을 쏘아 보내지만, 여행자에게는 바다의 낭만을 전해주는 상징물처럼 여겨진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배경 삼아 사진을 찍으면 멋진 풍경이 되어주는 소중한 존재다.

 

 

[왼쪽부터]마량포구 풍경 / 마량포구 방파제와 등대

  마량포구와 함께 서천의 주꾸미 어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 홍원항이다. 줄지어 늘어선 횟집과 수산센터에는 봄기운을 가득 머금은 해산물이 손님을 기다리고, 항구를 드나드는 배는 마량포구보다 더 많고 더 크다. 항구 본연의 분주한 느낌과 비릿한 바다 냄새, 왁자지껄한 상인들의 소리는 홍원항이 훨씬 활기차다. 앞바다에 손에 잡힐 듯 떠 있는 똑딱선과 그 위로 먹이를 찾아 활공하는 갈매기 떼, 그리고 갓 귀항하여 수확한 해산물을 바쁘게 걷어내는 어부들의 손길이 항구 본연의 생명력 넘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바다 한쪽을 가로막은 방파제와 그 끝에 아담하게 솟은 등대는 여행자를 위한 공간이다. 방파제 끝에는 밑이 들여다보이는 철 구조물을 설치해 마치 파도를 딛고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놓았다. 이곳에서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남기는 멋진 사진 한 장은 여행자에게 주어진 보너스.

 

  제철 생선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수협 옆 경매장에서 주인을 찾은 생선들이 전국으로 팔려가지만, 그 중에는 개인이 구입할 수 있는 몫도 있기 때문이다. 주꾸미와 함께 봄철 생선으로 인기가 높은 도다리와 숙취를 풀어주는 해장국으로 유명한 물메기 등을 경매가에 약간의 웃돈을 얹으면 구입할 수 있다.

 

 

[왼쪽부터]홍원항 풍경 / 홍원항 활어회센터 / 해풍에 건조 중인 서대

붉은 동백꽃이 가득, 마량포구 동백숲

 

  서천 주꾸미를 찾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동백이다. 여심화로도 불리는 동백은 꽃샘추위 속에서도 새빨간 꽃을 피운다. 1월부터 4월까지 피고 지기를 거듭하기에 겨울에도 볼 수 있다. 그래서 ‘겨울을 나는 꽃이 아니라 겨울에 피는 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마량포구와 이웃한 동백숲에는 얕은 산비탈을 따라 약 85그루의 동백나무가 늘어서 있다. 약 400년 전 이 고을 수군첨사가 험난한 파도를 피해 안전하게 고기잡이를 하려면 제단을 세워 매년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계시를 받았다. 그리고 제단을 세우면서 그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은 게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의 동백은 여느 곳과는 달리 키가 작아 약 3m 안팎이다.

 

  상록활엽수인 동백나무는 잎사귀가 짙고 푸르러 듬성듬성 맺힌 꽃봉오리를 가려버린다. 봄에 피는 매화나 벚꽃처럼 사람들의 눈길을 확 잡아끌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신 꽃이 떨어진 자리엔 어김없이 꽃길이 생겨난다. 비록 땅에 떨어졌어도 꽃봉오리는 여전히 붉다. 그래서 동백은 피었을 때와 떨어졌을 때 두 번 보아야 제격이라고 내심 강조하기도 한다.

 

  동백숲 정상에는 동백정이란 2층 누각이 서 있고, 그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전경이 가히 압권이다. 가까이는 홍원항과 춘장대해수욕장, 멀리는 망망대해에 그림처럼 떠 있는 고기잡이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더구나 이곳의 낙조는 강화 보문사나 해남 땅끝마을 낙조에 뒤지지 않는다.

 

 

[왼쪽/가운데]동백숲 동백 [오른쪽]동백정과 바다

여행정보

1.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춘장대IC→서천(21번 국도)→성내사거리 우회전→607번 지방도로→주항저수지→서면사무소→서도초등학교→서천해양박물관→마량포구

2. 맛집
  서해안횟집 : 서면 마량리 / 주꾸미, 생선회 / 041-952-3177
  서산회관 : 서면 마량리 / 생선요리 / 041-951-7677
  금강호수산 : 서면 마량리 / 주꾸미, 생선회 / 041-952-6284
  따봉수산활어회센타 : 서면 도둔리 / 주꾸미, 생선회 / 041-952-9285
  안녕이네회센타 : 서면 도둔리 / 주꾸미, 생선회 / 041-952-7745

3. 숙소
  해맞이파크 : 서면 마량리 / 041-952-3531
  노을모텔 : 서면 마량리 / 041-951-6697
  서천비치텔 : 서면 마량리 / 070-4417-9566
  홍원펜션 : 서면 도둔리 / 041-951-9402
  내가그린바다펜션 : 서면 도둔리 / 010-3408-9920

 

<출처> 2012. 3. 26 /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