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금오도
아슬아슬 '비렁길' 정상, 여긴 벼랑 아니라 천국
- 인어공주·혈의 누 등 영화촬영 단골장소 -
글·사진 김명근 기자
▲여수 금오도 해안절벽
1. 파도와 바람이 조각한 듯 깎아지른 절벽이 절경인 금오도 비렁길.
2. 이름 그대로 풍에 좋아 약재로 쓰인다는 방풍나물이 지천에 깔려 있는 금오도 함구미 마을.
3.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보면 딱 가운데 있는 여수, 그 중에서도 ‘신비한 섬’으로 불리는 금오도의 ‘미역바위’. 이 곳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함구미 마을엔 풍에 좋은 방풍나물 천지
도장바위 미역바위 등 이름도 개성 넘쳐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보면 딱 가운데 있는 여수. 이 곳에는 무려 317개의 섬이 있다. 이 섬들은 아직 개발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과 넉넉한 인심이 있다. ‘신비한 섬’으로 불리는 금오도도 그 중 하나다. 여수항 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 정도 가면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큰 섬인 금오도의 초입, 함구미 마을에 도착한다. 바다에서 본 마을은 여느 조용한 어촌과 다름없다. 섬에 내려서자 태초의 신비를 아직까지 간직한 자연과 그 안에서 소박한 삶을 꾸리는 촌민들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최근 ‘신비의 섬’ 금오도를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고 한다. 남해안에서 보기 힘든 해안단구를 따라 조성된 ‘비렁길’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 사투리. 아름다운 풍광 때문인지 ‘인어공주’, ‘하늘과 바다’, ‘혈의 누’,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등의 영화를 이 곳에서 찍었다.
비렁길에 들어서자 자연 그대로의 생태 환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주민들이 가꾸고 있는 방풍나물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방풍나물은 이름 그대로 풍에 좋아 약재로 쓰이기도 하고 씁쓸한 향 때문에 나물로 먹어도 좋단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시원한 바다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안전을 위해 데크로 짜여진 길 주위에는 도장을 닮은 ‘도장 바위’, 미역을 널어 말렸다는 ‘미역 바위’ 등 파도와 바람이 조각해 놓은 비렁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 노인들은 이 절벽 위에서 배를 깔고 누워 상어를 낚기도 했다고 회상한다. 지금도 비렁 아래에는 강태공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고 있다.
많은 비렁 중 단연 절경은 미역바위.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이 바위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바다 저 멀리에는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린 나로도가 수줍은 듯 어렴풋한 모습을 드러낸다.
다채로운 모습의 비렁 풍광에 넋을 잃고 가다보면 평지가 나타난다. 함구미 마을 서쪽 송고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절터’다. 이 곳에는 오래된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어떤 도사가 이곳에서 지팡이를 한 번 두들겨 절터를 만들어 절을 짓고 불공을 드렸다. 하루는 상좌아이가 공양을 드리기 위해 쌀을 씻던 중 실수로 수십 길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도사는 이에 지팡이를 쳐 산봉우리를 무너지게 해 절의 흔적을 없애 버렸다.”
지금도 상좌아이가 쌀을 씻던 곳을 뜨물통이라 부르고 쌀을 씻던 절벽 위에는 하얀 쌀뜬물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풍경을 감상한 후 다시 함구미 마을로 내려오는 길에 김장을 담그는 아주머니들과 마주쳤다. 힐끔 힐끔 쳐다보는 나그네들에게 갓 양념 한 배추김치를 한 입 쏙 넣어주고는 시원한 물까지 대접한다. 맛도 일품이거니와 이 물을 마시면 아들까지 숨풍 나을 수 있다고 한다.
넉넉한 아낙들의 인심에 배를 채우고 난 후 마을길을 내려오면 선착장이 보인다. 아쉬움을 남긴채 배에 올라 멀어지는 금오도를 보니 도착할 때보다 더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출처> 2010. 12. 22 /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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