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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광주. 전남

영암 월출산, 남쪽에 제일가는 그림같은 산

by 혜강(惠江) 2010. 3. 31.

 

영암 월출산

 

나신의 황홀경 `남쪽에 제일가는 그림같은 산`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

 

 

 

 

 
 남도를 향해 달려온 부드러운 연봉들이 바다에 가로막혀 용틀임하다, 영암(靈巖)들판에 우뚝 솟는다. 편편한 들판 한가운데 불쑥 솟은 바위산은 신비스러움 기운을 뿜어낸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 매월당 김시습은 "남쪽 고을의 한 그림 가운데 산이 있으니,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간에 오르더라"고 노래하며 "남쪽에 제일 가는 그림같은 산"이라 칭송했다. 고산 윤선도는 기이함과 웅장함을 극찬하며 구름에 걸친 월출산을 '선경(仙境)이라 했다.


  영암땅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월출산에 깃드는 여명을 바라보고 하루를 시작하고 밤에는 월출산에서 떠오른 달을 보며 잠자리에 든다고 할 정도로 월출산은 떼 놓을래야 뗄 수가 없는 그런 '신령스런 산'이다.


 

◆펼치면 금강산되는 호남의 소금강-월출산 

 

 
  산은 높지 않지만 우뚝하고 장대하다. 사방 100리에 큰 산이 없어 더욱 그렇다. 월출산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이름은 구림마을에서 보면 달이 이 산에서 생겨나 떠오르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월출산은 그림으로 치면 영암의 배경이다. 울퉁 불퉁 기묘한 산을 뒷 그림으로 보리밭의 파란색과 농부가 갈아놓은 황토빛 땅이 차례로 교차하며 미묘한 색의 하모니를 이룬다. 하지만 월출산을 제대로 느끼려면 역시 산행만큼 좋은 것이 없다.


  누구는 월출산을 아름다운 나신으로 비유한다. 바위산인 월출산은 그 아름다움을 다른 육산처럼 숨기지 않고 다 벗어 보여준다는 것. 단 그 아름다움의 감동은 산을 높이 오를수록 커지기 때문에 한 발 두 발 올라야 그 감흥을 차지할 수 있다. 가장 단시간에 월출산 천황봉으로 오르는 길은 천황사 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한다. 해수면과 비슷한 높이의 맨땅에서 솟은 산이라, 산행은 처음부터 급경사를 올라야 한다. 


 월출산 국립공원 조영준씨는 "809m라는 높이만 보고 만만하게 덤벼들어 처음부터 무리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충고한다. 등산로 초입에는 푸른 대나무숲과 붉은 동백숲이 산꾼들을 맞는다. 계단길을 오르느라 흘러내린 땀은 암봉을 스쳐 내려온 바람이 금세 씻어준다.  천황사지에서 북사면을 타고 1시간쯤 오르면 깎아지른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빨간 구름다리를 만난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위치(해발 510m)에 있는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다. 다리에 서서 고개를 들면 깎아지른 듯한 매봉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오른쪽으로는 한창 자라는 보리가 너울대는 영암들판이 한 눈에 펼쳐진다. 과연 장관이다. 고개를 내밀고 내려다 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하다. 그 아래로 실줄기 같은 물줄기 바람폭포가 흘러내린다.


  1978년 처음 놓인 이 다리는 2006년 5월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밑바닥에 구멍도 없고, 웬만한 바람에는 흔들리지도 않는다. 다리를 건너는 산행객들은 튼튼한 다리 위로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는다. 길이는 54m, 폭 1m로서 지면에서 다리까지의 높이가 무려 120m나 된다. 서울에서 왔다는 최용호(46)씨는 "월출산을 펼치면 금강산이 된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것 같다"며 감탄했다.


  다리를 건너면 철계단이 곳곳을 잇는 가파른 코스를 오른다. 사자봉으로 가는길이다. 수직으로 오르는 만큼 주변 풍경도 변화무쌍해 월출산의 기암들이 수놓는 다양한 경치를 감상하노라면 산행의 수고는 금세 잊어버린다.


  구름다리에서 1시20여분 가량 오르면 월출산의 정상인 천황봉이고, 또 그곳에서 30분 가량 더 가면 구정봉이 나온다. 조 씨는 "월출산을 찾는 사람들의 70~80%는 구름다리를 보기 위해서 찾는다"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딱 구름다리까지는 올라와 본다"고 말했다.


  3월부터 봄산행객들이 밀려오는데 해마다 30만명이 넘는 등산객들이 다녀간다. 지난해 '1박2일'에 구름다리가 나온 뒤 45만명이 찾았다고 한다.


  천황사지에서 출발해 구름다리-천황봉-구정봉-미왕재-도갑사에 이르는 종주 코스(8.9km)는 6~7시간이 걸린다. 암봉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코스라 체력소모가 만만치 않다.


  월출산 종주의 마지막 즐거움은 산행 끝에 만나는 도갑사(道岬寺)다. 길이 4m, 폭 1m가 넘는 석조의 약수는 지친 육신의 갈증을 말끔하게 가라앉힌다. 경내를 한바퀴 휘휘 돌고 나면 절 입구에 '해탈문(解脫門ㆍ국보 50호)'이 나온다. 천황봉을 올랐다는 산꾼의 우쭐함도 잠깐이다. 해탈문 앞에 서면 한줌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산 아래에서 바라보는 월출산 풍경도 환상적이다. 영암사람들이 꼽는 월출산 최고의 조망지는 어디일까. 모정마을 김창오 이장은 "모정지에 있는 원풍정에서 바라보는 월출산 모습이 최고"라고 말한다. 이곳에서는 모정지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일출은 물론 천황봉을 뚫고 올라오는 월출의 풍광을 동시에 맛볼 수 있어 가히 선경이 따로 없다고 자랑한다.

 

 

 

 
 

 

  전남 문화유산해설사인 박광자씨는 덕진면 백룡산 자락에 있는 덕진차밭을 추천했다. 차 한 대 겨우 지날 수 있는 농로를 따라 산자락을 오르면 산기슭에 거대한 초록의 융단이 꿈틀대는 것이 봉인다. 이곳 차밭 정상에 서면 암봉으로 이뤄진 월출산의 모습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장관을 맛볼 수 있다.

 


◆ 2200년 된 고택에서 들리는 세상 이야기-구림마을

 


  영암땅을 찾았다면 구림마을도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다. 헤아릴 수 있는 역사만 2200년이라는 전남 영암의 구림마을은 가마터 등 선사시대의 유물과 조선시대의 마을길, 그리고 500년 전통의 대동계가 연면히 이어져오는 전통마을로 마을 전체가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구림마을 여행은 서구림에서 동구림리의 왕인박사 유적지 입구까지 고택들 사이로 황토담이 단장되어 있는 왕인문화거리에서 시작된다. 조선시대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이곳은 요즘도 월출산 천황봉 위로 달이 뜨면 이웃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로 밤을 하얗게 새는 고샅이다.
 

 

 




 
 
 구림마을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 중 하나는 대동계다. 대동계는 예를 보급하고 향촌사회의 단결을 위해 만든 향약으로 일종의 향촌자치규약이다. 향약은 좋은 일은 서로 권하고 어려운 일은 도와준다는 마을 운동으로 퇴계와 율곡 등이 중국의 여씨향약을 권장하면서 시작됐다.

  구림마을의 역사를 한눈에 보려면 회사정 인근의 영암도기문화센터를 찾아야 한다. 이 지역에서 출토된 옹관과 구림도기, 그리고 구림도기 가마터 등이 전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도기제작 체험도 가능하다.

  인근엔 10여개의 가마터가 1㎞에 걸쳐 널려 있어 발끝에 채는 도자기 파편에서 옛 도공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구림마을 여행의 매력.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상대포엔 크고 작은 선박이 드나들었으나 몇 차례에 왕인 박사가 떼배를 타고 출항한 곳으로 추정되는 서호강의 상대포는 지금은 아담한 호수로 변해 옛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출처> 2010. 3. 25 / 조인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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