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수상 및 후보시

2010 경제신춘문예 가작 시 - 아버지 / 김봉래

by 혜강(惠江) 2010. 1. 2.

 

    [제5회 경제올림피아드] -경제신춘문예 가작 시

 

 

               아버지

 

                                                  - 김봉래

 

 

           * 이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온 것

 

 

 

   붕어빵의 생은 뒤집어 지는데 있었다
   둥그런 방패 속에 한 칸씩 자리를 잡고
   빙글 돌때마다 노랗게 완성되는 삶,
   하루 종일 열심히 돌리고 뒤집었지만
   쪽방의 허기를 달래주기엔 여전히 부족했다.
   그을려진 면장갑에서 이스트냄새가 풀풀 날리고
   잘 익은 가난이 누런 종이봉투에 담겨 넘겨질 때마다
   땡그랑 소리 내며 깡통 속으로 던져지는
   오백 원짜리 행복 두 개
   눈이라도 펑펑 쏟아지는 날엔
   분주하게 돌아가는 방패 따라 수십 쌍의 붕어빵이 태어나고
   아버지의 하루는 짧고 즐겁기만 하다.
   깡통이 침묵하는 날씨 궂은 어떤 날엔
   어항속의 금붕어도 보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붕어빵 먹여 재워야 하는 고단한 현실,
   십 수 년을 하루같이 공들여온 희망이
   힘없는 백열등 불빛 아래서 환하게 잠들어 있다.
   머지않아 저 아이들이 아버지의 생활을 뒤집고
   아버지의 방패를 용도 폐기 시키는 날
   아버지도 기꺼이 자신의 삶을 뒤집을 것이다.
   곤궁이 창끝처럼 찔러오는 생활전선에서
   달랑 방패하나로 지금까지 꿋꿋이 지탱해온 아버지
   오늘도 한 모금 길게 담배로 빈 배 채운다.

 

 

 

[심사평] ----------------------------------------------------

 

 

'금속사랑', 삶과 금속,경제의 조화

 

 

올해 경제신춘문예는 예년과는 다르게 소설 분야의 응모작들이 작품 수에서나 질에서 빈약하고 수필(산문)분야에서 좋은 작품이 나왔다.

소설에선 소재가 경제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 거의 없었다. 회사 이야기를 억지로 경제와 연결지어 생각한다 하더라도 구성이 엉성하고 이야기를 형상화해내는 데는 모두 실패한 듯한 느낌이었다.

소설은 그냥 이야기가 아니다. 그 이야기가 소설적 구성을 이루어 이 이야기를 지금 우리가 왜 들어야 하는지, 분명한 메시지가 그 안에 담겨야 한다. 내년 응모자들은 이 점에 좀 더 주목해주길 바란다.

▲소설가 이순원씨와 시인 이희주씨, 정희경 머니투데이 금융부장(왼쪽부터)

이 23일 경제신춘문예 당선작을 가리고 있다.

 

시와 소설 수필을 통틀어 가장 좋은 작품은 수필에서 나왔다. '금속사랑'은 물질적인 금속 이야기를 아주 드라이한 문체로 그야말로 금속같은 문장으로 금속의 광물적 속성을 말하고, 그것을 일상생활 속의 금속 이야기로 확장 시키면서 삶속의 금속 이야기로 넓혀 나갔다. 또 여기에서만 그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경제와는 어떻게 결합하는지, 금속의 경제성에 대해 아주 차분하고도 쉬운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아주 잘 쓴 수필 한편을 읽었다. 이 작품을 대상으로 정하는 데 심사위원들은 쉽게 일치를 보았다.

올해 시부문 응모작도 예년에 비해 작품의 양이나 질에서 뒤졌다. 시어 속에 경제용어나 경제 상황의 일단이 표출된다고 해서 경제를 주제로 한 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응모하시는 분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김봉래씨의 '아버지'와 최일걸씨의 '온라인 폭주처럼'이 눈길을 끈다.

'아버지'는 붕어빵과 그 붕어빵을 구워파는 아버지의 곤궁한 삶을 비교하며 '삶의 뒤집기'를 꿈꾼다. "붕어빵의 생은 뒤집어지는데 있었다"는 시인의 세심한 관찰은 "아버지도 기꺼이 자신의 삶을 뒤집을 것이다"라는 희망으로 이어진다. 표현과 주제 모두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시가 "오늘도 한 모금 길게 담배로 빈 배 채운다"는 마지막 귀결처럼 허망하게 읽히는 것은 너무 설명하고 싶은 게 많아 시적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작으로 뽑는 까닭이다.

또 다른 가작으로 뽑힌 '온라인 폭주처럼'은 금융기관 온라인 거래를 빗대 다양한 은행거래와 삶을 환치시키고 있다. 함께 응모한 '가끔은 자동이체를 꿈꾼다'와 '통장에 쓴다' 모두 은행 금융거래 이야기들을 시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시가 재미 있고 상상력도 활달하다. 다만 "불신이 팽배한 사회이지만"과 같이 시적으로 정제되지 않고 드러나는 표현들이 여러 작품 속에 그대로 표출되고 있음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역시 가작으로 뽑는 까닭이다.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응모자들 모두 내년엔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도록 정진하기 바란다.

 

 

 

<출처> 2010. 1. 1 / 머니투데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