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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내륙습지 우포늪 - 1억4000만년 묵은 ‘자연의 신비’

by 혜강(惠江) 2008. 12. 26.

<박상문의 포토에세이>

 

국내 최대 내륙습지 우포늪

1억4000만년 묵은 ‘자연의 신비’

 

 

 

 

우포의 아침, 관리인이 우포 늪에서 노를 젓고 있다.

 

 

      ‘우포늪 사람들은

     늪과 함께 하루를 연다

     물안개 자욱한 새벽

     쪽배를 타고

     마름과 생이가래, 개구리밥이 만든 초록의 비단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 고기를 잡고

     늪 바닥 이나 수초 줄기에 붙은 고둥을 건져 올린다

     그들에게 늪은 

     모든 것을 내주고 그들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 배한봉의 ‘우포사람들’중에서

 

  우포의 새벽을 여는 것은 물안개다. 밤새 초롱초롱 빛나던 새벽별도 이내 뽀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에 몸을 숨겨야만 한다.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늪 한쪽 귀퉁이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쪽배(이곳 사람들은 ‘이망배’라 부른다)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느리게 아주 느리게 물안개를 헤치며 나아간다.

   사라졌다 싶으면 다시 보이고 나타났다 하면 금세 사라지는 쪽배 탄 어부. 길디긴 장대로 늪의 바닥을 밀며 1억4000만년의 신비를 가슴에 안고 고기잡이에 나선다. 강하고 짙은 안개가 솜털처럼 가냘픈 물안개를 휘감으며 소용돌이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올라 있다. 우포늪에서는 새벽마다 이처럼 늘 신비롭고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곤 한다.

   경남 창녕군 우포늪은 우리나라 최대의 내륙습지다.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네 개의 늪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네 개의 습지를 하나로 묶어 우포늪이라 부른다. 화왕산(해발 756m)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창녕 읍내를 거쳐 낙동강으로 나아가다가 멈춰섰고, 이는 다시 낙동강 물과 만나 우포늪을 생성시킨 뒤 지금까지 다양한 생명체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우포는 본래 소가 늪에 머리를 대고 물을 마시는 것 같다고 해 ‘소벌’이라 했다. 장재마을에 접해 있는 목포는 소나무가 많아 나무벌, 사지포는 모래가 많아 모래벌이라 불렀고, 쪽지벌은 크기가 작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말을 한자로 바꿔 부른 이름이 지금까지 불리고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계절 원시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약 2.31㎢(70여만 평)의 우포늪은 그야말로 생태계의 보고다. 수생식물로는 온몸에 가시가 나있고, 잎의 지름이 1m나 되는 가시연을 비롯해 300여 종의 다양한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각시붕어, 논우렁이 등 40여 종의 어류, 패각류와 물방개, 소금쟁이, 송장헤엄치게 등 750여 종의 수서·곤충류 또한 우포늪을 더욱 경이롭게 해주는 소중한 생명체들이다.

   은백색의 억새 물결이 포근하게 감싸고 금빛 갈대 사이로 붉은 노을이 지는 우포늪에는 요즈음 겨울철새들이 한창 날아들고 있다. 노랑부리저어새, 고니, 황새 등 천연기념물과 큰부리큰기러기, 가창오리, 꺅도요와 같은 철새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이곳을 찾아와 늪과 어우러져 화려한 군무를 펼치고 있다.

   이처럼 우포늪은 수많은 동·식물들에게 휴식처로, 삶을 영위하는 터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환경부는 이와 같은 우포늪의 가치를 인정해 지난 1997년 7월에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했으며, 이듬해인 1998년 3월에는 ‘람사르협약’(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에 등록되어 세계적인 보전습지로 보호되고 있다.

   이제 우포늪은 세계적인 늪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우포늪은 그저 생활의 한 터전일 뿐이다. 조상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늪에서 붕어와 논우렁이를 잡으며 일상에서의 풍요를 꿈꾸고 있다. 계절마다 찾아오는 철새와 이곳에서 서식하는 수많은 동·식물, 어·패류 또한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그대로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우포지킴이들의 소망일 것이다.

 

 

 

▲ 노랑부리저어새

 

 

▲ 장재마을 앞 왕버들

 

 

▲ 몽환적인 분위기의 우포 안개

 

 

▲ 큰부리 큰기러기

 

 

▲ 물닭

 

 

▲ 생이가래와 개구리밥

 

 

▲ 자맥질하는 큰기러기

 

 

▲ 우포의 환상적인 낙조

 

 

▲ 환경감시원 주영학씨

 

 

 

 

<출처> 2007-11-17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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