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 요르단 페트라
기사제공= 주간동아 / 글·사진 안진헌
중동을 여행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페트라에 가봤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만큼 요르단이라는 나라는 익숙하지 않아도 페트라는 여행자들 사이에 꼭 가봐야 하는 순례지가 됐다.
페트라에 가려면 먼저 요르단의 수도 암만으로 가야 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레바논 전쟁, 이란 핵문제 등으로 중동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암만에서는 주변 정세와 무관한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처음 가보는 도시는 설렘과 긴장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인사말조차 모르는 아랍어와 우리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을 대하는 것은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어렵사리 찾아낸 여행자 숙소의 응접실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여행자들과 합류하는 순간 묘한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암만에서 며칠 보내며 ‘웰컴 투 요르단’이라는 현지인의 인사말에 익숙해졌다. 건장한 남자들이 다가와 ‘웰컴 투 요르단’이라고 한마디 건네고 사라질 때면 그 상황이 어색해 혼자 웃는 경우도 여러 번이었다.
페트라에 도착한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겨울의 끝 무렵이었는데 비로 인해 날씨는 더 춥게 느껴졌다. 여행자들은 호텔 응접실 난로 옆에 앉아 샤이(홍차)를 마시며 비디오를 본다. 페트라가 등장하는 ‘인디아나 존스 3-최후의 성전’이다. 마차를 타고 협곡에 들어서면 숨겨진 도시가 나오고, 도시 안의 보물창고가 모험가를 반기던 영화 속 장면을 다음 날엔 나도 직접 보게 될 것이다.
페트라를 제대로 보려면 이틀이 필요하지만 넉넉하게 4일 머물기로 했다. 페트라를 온전히 천천히 느끼고 싶어서다. 첫날은 늦어진 아침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카메라만 챙겨 나서는 내게 페트라 유적에 들어가면 먹을 데가 별로 없다며 호텔 주인장 아저씨가 빵과 치즈를 챙겨준다. 물 한 병까지 곁들이면서 즐거운 시간이 되라고 손짓한다. 덕분에 출발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페트라의 입구는 협곡이라는 뜻의 아랍어인 ‘시크’라고 불린다.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과 색채가 어우러져 신비감을 더하는 시크를 걸어 들어가며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30분 정도 걸어야 하는 시크 덕분에 페트라 유적은 오랫동안 잊힌 채로 남겨져 있었다.
시크가 끝나는 곳에 알 카즈네(Al-Khazneh)라고 하는 보물창고가 있다. 페트라를 건설한 나바테아 왕의 무덤이지만 보물이 숨겨져 있지 않았을까 해서 후대에 보물창고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페트라가 ‘붉은 장미의 도시’라는 별명을 얻는 데 큰 구실을 한 곳으로, 보존 상태와 완성도가 뛰어나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한다. 특히 태양이 보물창고를 비추는 아침 9~10시에는 몽롱한 아름다움에 심취하게 된다.
알 카즈네를 지나면 시크가 점차 넓어지면서 본격적인 도시 내부가 나타난다. 도시 안으로 들어가면 바위산들만 가득하다. 산에는 무덤은 물론 원형극장도 있다. 2000년 전 나바테아 왕 시절의 사람들이 사암 바위를 깎아 만든 원형극장을 필두로 ‘석주기둥 길(Colonnade Street)’이 인상적이다. 거대한 사원과 궁전, 상점, 시장, 분수대…. 시크를 걸으며 느꼈던 경쾌함과 알 카즈네의 아름다움을 넘어 웅장함과 신비스러움이 밀려든다.
도시 내부를 둘러봤다면 한 가지 할 일이 남아 있다. 페트라 유적 가장 깊숙이 숨겨진 알 데이르(Al-Deir, 수도원)를 찾아가는 것. 알 데이르까지는 계단을 800개나 올라야 한다. 말이나 당나귀를 타지 않겠냐는 호객꾼들을 물리치고 홀로 바위산 사이의 계곡으로 들어갔다. 입구에는 ‘가이드 없이 더는 가지 말라’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여행자들은 가이드 없이 잘도 간다.
시크에서 알 데이르까지 쉬지 않고 걸으면 2시간이 걸린다. 페트라 유적의 특성상 같은 길로 되돌아 나와야 하므로 체력 소모가 많다. 서두르면 하루 동안 기본적인 볼거리를 다 볼 수 있지만 1000m가 넘는 산을 몇 개씩 오르려면 며칠이 더 필요하다.
페트라에 머물면서 내가 택한 하이킹 코스는 세 곳으로 한 곳에 반나절씩 투자했다. 가까운 곳은 특별한 등반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40분 정도의 짧은 코스였지만, 왕복 3시간이나 걸리는 곳도 있었다. 어느 곳이든 페트라 일대의 풍경이 장관을 이뤘지만, 내게 특별함을 선사한 곳은 제벨 알쿱타(Jebel Al-Khunbtha,제벨은 아랍어로 산이라는 뜻)였다.
아침 8시에 출발해 제벨 알쿱타에 오른 시간은 9시30분.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알 카즈네가 가장 잘 보이는 바위 절벽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누워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받았다. 고고학자나 탐험가도 아니고 사진작가도 아니지만, 그런 풍경을 독식한 나는 분명 행운아였다.
▼ 여행 정보
한국에서 요르단까지는 직항편이 없다. 두바이를 경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 요르단 비자는 공항에서 신청 즉시 발급해주며 수수료는 10디나르(JD). 환율은 0.7JD=1US 달러 정도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빠르며 그리스 이집트 등과 같은 시간대를 사용한다.
페트라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평균기온이 11~24℃인 2~5월과 10월 중순~11월이다. 페트라는 평균 해발이 1100m이기 때문에 1월의 경우 밤 기온이 5℃ 정도로 추운 편이다. 하지만 여름에는 낮 기온이 35℃이상 오른다.
페트라 유적은 규모가 방대하고 시크를 통해 출입해야 하기 때문에 걷는 시간이 길다. 따라서 충분한 수분 섭취와 태양을 피할 수 있는 장비가 필수다. 모자와 선글라스, 선블럭 크림 등을 챙겨가야 한다.
페트라 입장권은 1일, 2일, 3일권으로 구분해 판매하며 3일권은 하루가 보너스로 주어지기 때문에 4일간 사용할 수 있다. 요금은 각각 21JD, 26JD, 31JD로 비싼 편이며 학생할인 혜택은 없다. 12세 이하 어린이는 50% 할인.
<출처> 주간동아(200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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