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시절 우리는1 (시) 우리는 / 남상학 시(詩) 우리는 남상학 그때 우리는 햇빛 쏟아지는 목멱(木覓)* 푸른 숲에 둥지 틀고 있었지. 아침 햇살에 이마를 닦으며 빛나는 순은(純銀)의 언어로 지지배배 불씨 물고 하늘로 한 음계씩 비상하곤 했지. 봄에는 온갖 꽃들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 가을엔 저마다 예쁜 옷 갈아입기도 하고 다시 축복처럼 눈사태가 되기도 하고 넘치는 기쁨으로, 청청함으로 우렁찬 함성(喊聲)이 산등성이마다 불을 켜기도 하고 비가 내려 궂은날에는 날개 젖은 새 새끼들을 품속에 불러모아 지펴 놓은 모닥불 둘레 커다란 원을 그려놓고 살뜰한 정 나누어주기도 하고 해 저물어 어둠이 짙어진 뒤에야 우린 늘 하던 버릇처럼 휘황한 명동의 불빛 받으며 둥지에 찾아들곤 했지. 산이 좋아 산에서 살던 사람아 그날 우리는 캄캄한 밤에도 잠자지 않고 불을.. 2020. 1.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