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1 길 / 윤동주 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모든 것이 황폐된 식민지 조선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던 젊은 지식인의 고뇌와 아픔, 상실과 모색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잃어버린 자신의 참모습을.. 2020. 7.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