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앞에서1 고향 앞에서 / 오장환 고향 앞에서 - 오장환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잰내비*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인문평론》(1940) 수록 ◎시어 풀이 *울멍울멍 : 울음이 터질 듯한 모양. *잰내비 : ‘잔나비’의 방언. 원숭이 *예제 : 여기저기 *장꾼 : 장(場).. 2020. 7.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