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설악산1 (시) 겨울 설악 / 남상학 겨울 설악 남상학 천 년 고목(枯木)의 뼈 사이로 매서운 바람 불고 원시(原始)의 언덕에서 포효하는 울음 영혼이 앓는 소리 아픈 숨결을 배 밑에 깔고 밤새워 열병을 앓다가 말끔히 얼굴 씻고 번뜩이는 이마로 성큼 다가서는 산 언 땅에 뿌리 내리고 호올로 한천(寒天)을 떠받들고 서서 옷을 벗어 생채기를 드러내는 부끄러움이 어찌 나목(裸木)뿐이랴 속내의(內衣) 훌훌 벗고 해탈을 꿈꾸는 수도승같이 영겁의 바람으로 귀밑머리 잔설을 털어내는 저 우직한 몸뚱아리 깊은 숨결 안으로 고르며 열병으로 뒤척이다가 모진 바람 속에서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산 겨울 설악은 찬란한 아침 햇살 속에 몸을 푸는 짐승이다. 2020. 1.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