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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로 가는 길2

(수필) 갑사로 가는 길 / 이상보 갑사로 가는 길 이상보 지금은 토요일 오후, 동학사(東鶴寺)엔 함박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있다. 새로 단장(丹粧)한 콘크리트 사찰(寺刹)은 솜이불을 덮은 채 잠들었는데, 관광 버스도 끊인 지 오래다. 등산복 차림으로 경내(境內)에 들어선 사람은 모두 우리 넷뿐, 허전함조차 느끼게 하는 것은 어인 일일까? 대충 절주변을 살펴보고 갑사(甲寺)로 가는 길에 오른다. 산 어귀부터 계단으로 된 오르막길은 산정(山頂)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없어 팍팍한 허벅다리만 두들겼다. 그러나 지난 가을에 성장(盛裝)을 벗은 뒤 여윈 몸매로 찬 바람에 떨었을 나뭇가지들이, 보드라운 밍크 코트를 입은 듯이 탐스러운 자태로 되살아나서 내 마음을 다사롭게 감싼다. 흙이나 돌이 모두 눈에 덮인 산길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는 우리들.. 2014. 1. 10.
(수필) 갑사로 가는 길 / 이상보 갑사(甲寺)로 가는 길 - 이상보 지금은 토요일 오후, 동학사(東鶴寺)엔 함박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있다. 새로 단장(丹粧)한 콘크리트 사찰(寺刹)은 솜이불을 덮은 채 잠들었는데, 관광(觀光) 버스도 끊인 지 오래다. 등산복 차림으로 경내(境內)에 들어선 사람은 모두 우리 넷뿐, 허전함조차 느끼게 하는 것은 어인 일일까? 대충 절 주변을 살펴보고 갑사(甲寺)로 가는 길에 오른다. 산 어귀부터 계단으로 된 오르막길은 산정(山頂)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없어 팍팍한 허벅다리만 두들겼다. 그러나, 지난 가을에 성장(盛裝)을 벗은 뒤 여윈 몸매로 찬바람에 떨었을 나뭇가지들이, 보드라운 밍크 코트를 입은 듯이 탐스러운 자태(姿態)로 되살아나서 내 마음을 다사롭게 감싼다. 흙이나 돌이 모두 눈에 덮인 산길을 도란도란 이.. 2008.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