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1 (시) 가을 여행 / 남상학 가을 여행 미련 없이 땅에 떨어져 구르는 낙엽처럼 살랑거리는 바람에 곱게 빗질하는 갈대처럼 단아한 모습으로 먼 길을 혼자 떠날 수 있다는 건 보석보다 더 빛나는 축복이다. 욕망의 옷자락은 푸른 하늘에 걸어 놓고 때 묻은 시름은 뜨락에 놓아두고 싱그런 바람 앞세워 빈손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침묵의 깊은 산 속이라도 좋다 미지의 바다 끝이라도 좋다 순백(純白)의 치아를 닦듯 정갈한 이미지로 마음속 언어를 곱게 씻을 수만 있다면 태고(太古)의 속삭임, 영원의 소리를 찾아낼 수 있다면 세찬 비바람, 일렁이는 파도가 입 벌리고 달려들지라도 가을엔 낙엽과 함께 빈 마음으로 먼 길을 떠나고 싶다. 2020. 1. 10. 이전 1 다음